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6.28 12:05

해고노동자 '극단적 선택'…노조 "복직합의서 이행하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렉스턴스포츠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쌍용자동차에서 정리 해고된 이후 복직을 기다리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벌써 30번째 죽음이 발생하면서 쌍용차의 해고자 복직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는 “지난 1993년 쌍용차에 입사해 2009년 정리해고됐던 48세의 김모 조합원이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자택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이날 저녁 밝혔다.

쌍용차 노조는 “숨진 김모 조합원은 야간에는 화물차를 운전하고 낮에는 공사 시공일을 하는 등 밤낮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며 “특히 최근 아침 1인 시위와 저녁 문화제 등에 참여하며 복직 의사를 강력히 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모 조합원은 9년 전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점거 파업을 벌였고 당시 공장 옥상에서 경찰특공대로부터 집단 폭행당한 뒤 치료 후 구속당했던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 인터뷰에 참여한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한겨레 신문과 만나 복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었다.

노조는 김모 조합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사측의 해고자 복직 합의서 불이행에서 찾고 있다. 언제 복직될지 알 수 없어 상당한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30일 해고자 복직에 노사가 합의했지만 45명만 복직했고 120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정년퇴직자가 지난 2년간 100명인데다 특히 올해는 렉스턴 스포츠 생산으로 충분히 여력이 있는데도 사측이 해고자 복직을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나머지 해고자 복직 노사협상은 결렬된 상태다.

김득중 쌍용차 노조 지부장은 “사측이 복직 시한만이라도 알려줬더라면, 정부가 2009년 국가폭력문제를 좀더 빨리 조사해 해결했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고자 복직이라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쌍용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이다. 

당시 경찰이 최루액과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 등을 사용하고 노조도 화염병, 사제박격포 등으로 맞서면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이 사건으로 당시 쌍용차 노조 지부장이었던 한상균을 비롯한 64명의 조합원들이 구속됐다.

당시 무려 2646명이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됐고 이번 김모 조합원을 포함해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사했다.

한편 현재 해고자들은 해고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진상규명, 해고자 전원복직,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쌍용차 진압지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마련, 해고자들에 대한 16억7000만원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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