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7.03 15:34

사측 "당장이행 무리"…과태료 77억 납부후 행정소송 돌입할 듯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6일 한국지엠 정문앞에서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부 수혈을 받은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량이 최근 두 달 연속으로 급증하면서 경영정상화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험로가 예상된다. 시정명령 미이행으로 77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는 한국지엠은 결국 행정소송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이 2일 발표한 6월 내수판매량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9529대를 판매해 올 들어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6.8% 떨어진 수준이지만 전달 대비로는 무려 24.2%나 늘어났다. 특히 내수 3위를 기록한 쌍용차와의 차이가 155대에 불과한 만큼 7월에는 내수 1만대와 판매순위 3위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극적으로 내수 반등에 성공하며 희망을 발견한 한국지엠이지만 경영정상화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용불안 해결,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다. 이미 한국지엠 비정규직들은 지난 9년 간 235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인력들도 불법으로 인정된 파견근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 5월 2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774명을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씩 총 77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시정명령 기한인 3일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사실상 과태료 납부와 행정소송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국지엠 관계자는 “당장 오늘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것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비춰볼 때 상당한 무리가 있다”며 “앞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에 최우선을 두고 그 안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와 직접고용 문제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경영정상화의 선행조건은 ‘비용절감’인데 시정명령을 이행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고용부는 창원공장 외에도 부평공장 협력업체 21곳 900명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불법파견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모든 공장의 사내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려면 약 15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한국지엠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뒤 행정소송 절차에 들어가 법원에 판단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행정소송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아무리 회사가 어렵더라도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영업을 해서는 안된다”며 “사측이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전혀 내보이지 않아 이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부가 적극나서 사측이 시정명령을 따르도록 강제하고 검찰은 위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인 카허 카젬 사장을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지엠은 불법행위를 통해 수천억원의 비용 절감과 부당이득을 얻고 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며 “15년 동안 차별을 통해 비정규노동자들을 착취해온 한국지엠은 법원과 고용부의 직접고용 명령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법원은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또 올해 들어 인천지법과 고용부도 이에 대해 각각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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