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7.08 06:00

경쟁차종 대비 높은 가격이 흥행 '발목'…"납득할만한 가격정책 필요"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중형 SUV 이쿼녹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쿼녹스는 지난달 7일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시장에 데뷔했지만 지난 한 달간 판매량은 4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판매가격을 하향 조정하지 않으면 올 뉴 크루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이 지난 2일 발표한 6월 내수판매량에 따르면 이쿼녹스는 지난달 385대 판매에 그쳤다. 한국지엠은 최근 출시하는 신차들의 월간 판매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지난 2월 출시돼 이쿼녹스와 함께 경쟁하는 현대차 싼타페TM이 같은 기간 9064대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4개월 연속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한 싼타페TM은 아직도 출고 대기물량이 1만여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중형SUV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쿼녹스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이쿼녹스가 속한 중형 SUV 시장은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모두 뛰어든 최대 격전지다. 기아차 쏘렌토는 경쟁자들의 등장에도 지난달 6318대가 판매되며 선방했고,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와 르노삼성 QM6는 각각 4008대와 2255대씩 팔려 브랜드 최다 판매차종에 올랐다. 쏘렌토 역시 카니발에 이어 기아차 판매 2위를 기록한 만큼 이쿼녹스를 제외하면 모두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오른 셈이다.

국내 SUV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도 이쿼녹스가 부진한 이유로 수입판매 방식에 따른 물량부족과 높은 판매가격이 꼽힌다.

미국에서 생산돼 평택항을 통해 들어오는 이쿼녹스는 ‘무늬만 국산차’인 탓에 물량공급이 제한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생산 이후 바다를 건너 고객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되는 데다 선적량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시장 수요에 따라 공급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방식을 선택했다지만 한달에 판매할 물량을 스스로 한정해 놓은 꼴이다.

특히 이쿼녹스는 사실상 수입차이다보니 다른 경쟁차종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가격을 이쿼녹스 동호회 회원들은 “수입차를 기준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지만 이쿼녹스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가 아닌 국산브랜드와 경쟁한다는 점에서 고가정책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지엠 판매망에 따르면 이쿼녹스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크기가 비슷한 르노삼성의 QM6다. 업계에 따르면 이쿼녹스는 싼타페와 투싼 사이의 크기로 알려져 있다.

QM6 디젤의 판매가격은 기본형(LE) 2770만원부터 최고급형(RE시그니처‧4WD) 3510만원에 책정돼있다. 반면 이쿼녹스는 기본형인 LS가 2987만원부터 시작되며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어는 3892만원이다. 특히 AWD를 추가하려면 200만원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최고트림의 가격은 4000만원이 넘어간다.

가격이 비싼데도 파워트레인의 스펙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도 약점이다. 물론 시승시 실용영역에서 부족함은 크게 없었지만 ‘스펙’에 예민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00CC 엔진을 장착한 QM6는 최고출력 177ps, 최대토크 38.7kg.m의 힘을 낸다. 반면 같은 크기의 이쿼녹스는 준중형급의 1600CC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136ps, 최대토크 32.6kg.m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차종이 별로 없는 한국지엠에게 이쿼녹스는 천군만마지만 흥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아무리 상품성이 높더라도 쉐보레는 고급브랜드에 속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가격표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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