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07.09 17:12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Valsartan)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돼 안전성서한을 배포했다. 유럽의약품안전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시판 중인 중국산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 의약품을 회수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참고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같은 내용의 안전성서한을 발표하고, 선제적으로 국내에서 시판 중인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 219개(82개사)를 잠정 판매 및 수입 중지 조치했다. 이 중 91개 품목(40개사)은 조사결과 화하이사로부터 원료를 제공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9일 오전 판매중지 조치가 해제됐다.

절반에 가까운 의약품이 무해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1100만명에 달하고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약품이 128개에 이르는 만큼 국민들의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점 사항들을 4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다.

◇ 발사르탄

발사르탄은 '안지오텐신II 수용체 길항체’(angiotensin II receptor antagonist ; ARB)로 작용해 우리 몸이 혈관을 압박하는 물질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는 발사르탄의 이런 효능을 이용해 고혈압·심부전 등을 치료하는 경구복용제 ‘디오반’(DIovan)을 출시했다. 이 의약품은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혈압 환자 치료에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 받았다.

이후 2012년 독점권이 만료된 뒤 다양한 제약사들이 이 성분을 활용해 ‘제네릭’(카피약)을 제조하고 있다. 이런 제네릭 가운데 일부는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가 제조해 공급하는 발사르탄을 사용하고 있어 발암 물질 함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발사르탄의 국내 제조·수입량은 지난 3년간 48만4682㎏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화하이사의 발사르탄은 2.8%에 해당하는 1만3770㎏인 것으로 확인됐다.

◇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

중국 제약사가 원료로 공급한 발사르탄에서 확인된 발암물질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다. 유럽의약품안전청은 제약사측이 제조 공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해당물질이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은 휘발성과 연소성이 있는 황색을 띠는 유성 액상 물질로, 알코올이 든 음료, 과일, 야채, 조리된 음식 등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일정량이 넘을경우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실험에서는 해당물질에 노출된 쥐에게서 종양이 발견되는 등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람에게는 피부와 눈 자극과 더불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해당 물질을 2A로 분류하고, ‘인간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 식약처의 조치

식약처는 7일 오전 국내 시판 중인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82개사)을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시켰다. 이 제품들은 화하이에서 제조하는 발사르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등록한 업체에서 제조 혹은 수입되고 있었다.

다만 제약사는 원활한 원료의약품 수급을 위해 2개 이상의 제조소를 원료 공급원으로 등록하기 때문에 219개 제품이 모두 중국산 발사르탄을 쓰는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이후 식약처는 219개 품목을 대상으로 중국산 발사르탄을 실제 사용했지 여부를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9일 오전 식약처 화하이사로부터 발사르탄을 공급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91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나머지 128개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9일 오전을 기준 현장조사를 마친 품목은 219개 품목 가운데 187개다.

◇ 환자의 대처

꾸준히 복용하던 고혈압 치료제를 갑자기 중단하게 되면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불안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럽의약품안전청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복용하던 약을 계속 사용하되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안전한 약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식약처도 현재 투약중인 제품의 사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하지 말고, 다른 발사르탄 제품으로의 전환 또는 대체의약품으로의 변경을 담당의사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중지 조치 해제 의약품의 경우 식약처 홈페이지(http://www.mfds.go.kr/index.do) 혹은 '이지드럭'(https://ezdrug.mfds.go.kr/)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두 곳 모두 접속이 원활치 못할 경우 식약처 블로그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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