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7.10 16:33

"지분 보유기간 따라 의결권 차등부여로 장기투자 유도해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저성장에 빠진 한국경제를 되살리려면 투기자본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분 보유기간이 길수록 의결권을 더 주고 최첨단산업은 정책적으로 보호해 투기성 외국자본을 견제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과 혁신생태계' 특별대담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우리 경제를 ‘유망산업은 선진국의 장벽을 뚫지 못하고 주력 산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진단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 철강 등은 이미 중국에게 크게 잠식당했고 반도체 역시 중국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 한국의 우위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 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경제성장률 후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 경제성장률이 6%가 넘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2∼3%대로 떨어졌다”며, “주된 이유는 외환위기 이전 14∼16% 수준이던 국민소득 대비 설비투자의 비율이 7∼8% 수준으로 '반토막' 났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설비투자 급감의 배경을 외환위기 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 특히 외국인 주주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세졌고 이들이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의 장기투자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기업구조 개선 정책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복잡한 소유구조를 가진 한국 대기업들은 단기 주주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장 교수는 보유기간이 길수록 의결권을 더 부여해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투기자본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1년 이하 보유주식 1주에는 1표, 2년 보유는 1주에 2표, 3년 이하는 5표, 5년 이하는 10표 등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두자는 주장이다. 또 자본 이득세를 크게 감면해주는 제도 등을 도입해 장기주식 보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재계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포이즌필, 황금주 등은 결국 영미식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기반해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방어 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차등의결권 역시 기존 기업이 도입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며 “장기투자를 촉진하려면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개입, 기업 이사회 내 노동자·지역사회 대표 등의 참여가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도 참석해 “주주자본주의의 단기이익 추구성향을 경계해야한다”며 “주주민주주의에 입각한 단기이익추구 성향이 강해지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기업조차도 공격적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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