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희 기자
  • 입력 2018.07.11 07:20

[뉴스웍스=최윤희 기자]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수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상임지휘자 후보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수원시공무원노조는 시 공무원들만 볼 수 있는 내부게시판에 '수원시향 이대로 안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시향 운영에 대한 수원시의 비전문적인 문화행정을 전면 비판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공무원노조는 수원시향을 새롭게 이끌 예술감독에 수원시의 이미지를 높여줄 실력있는 스타 지휘자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상임지휘자 임명과 관련해 시 행정조직의 입맛에 맞는 공개채용 방식 보다는 시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국제적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인지도 있는 지휘자를 특채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시는 수원시향이 1년 넘도록 부지휘자 및 객원지휘자 체제로 사실상 표류 운영된 만큼 한시라도 빨리 상임지휘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임지휘자 선정은 수원시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 조례에 따른 자격 심의를 통해 의결을 거쳐 임명된다.

앞서 시는 수원시립예술단 단장(수원시 제1부시장)을 비롯한 운영위 내부 추천을 통해 4명의 신진 지휘자들을 물색했다. 운영위원회는 1차 관문을 통과한 후보 가운데 최종적으로 1명을 선임하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들 모두가 과연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원시향을 이끌 음악적 기량과 지도력을 겸비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후보 심사 과정에서 능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시향 내부 증언에 의하면, 오케스트라 단원간의 조화도와 실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객원지휘 경합 단계에서 이들 후보 대부분이 다수의 단원들로부터 석연치 않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수원시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창석 수원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교향악단 단원들은 능력있는 지휘자를 원한다"며 "수원시향을 이끌 수장이 국내 몇 곳의 활동 경험 밖에 없는 지휘자로 임명된다면 시향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오케스트라 음악은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라며 "시가 상임지휘자 선정을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영역에서 활약한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지휘자를 영입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개모집 절차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명 지휘자들은 대부분 이미 소속돼 있는 곳이 있어 적합한 지휘자 영입에 어려움이 컸다"며 "7월 안에 상임지휘자를 선정해 하반기 공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시향 상임지휘자 공개모집은 보통 예산이 열악하거나 교향악단의 규모가 작은 지자체에서 하는 방식"이라며 "서울시향, KBS 등이 상임지휘자를 공개모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듯이, 뛰어난 지휘자가 공모에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수원시의 이번 상임지휘자 선임 기준과 인선 방식은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며 "공모를 통해 선정한 후보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운영위원회와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지금이라도 즉각 이를 시장에게 보고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원시는 지난해 5월 제6대 수원시향의 상임지휘자였던 김대진 감독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했다. 당시 김 감독의 사퇴는 시향 노조의 사퇴 요구에 따른 것으로, 공연 리허설 과정에서 단원들에게 과격한 언행으로 질책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89명의 단원들로 구성된 수원시립교향악단의 기량은 전국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이지만 수장 공백 현상으로 단원들은 체계적으로 기량을 연마할 여건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교향악단을 비롯해 합창단, 공연단 등 3개 기관으로 구성된 수원시립예술단 가운데 수원시향은 연간 가장 많은 118여억원의 예산을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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