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7.11 10:52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국토교통부가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놓쳤다. 보통 실수가 세 번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한다.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까지 과거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는 면허취소 처분이 거론되는 중대 범법행위 임에도 국토부는 세 번이나 이를 몰랐다고 한다. 국토부가 과연 국적기를 관리할 능력을 갖춘 게 맞는지 의심이 든다.

특히 "국토부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범법 행위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항공사들과 유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2010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내이사로 등기됐을 때 그의 이름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로 올라왔고, 미국국적자라는 보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4년 아시아나항공 역시 '브래드 병식 박'씨가 사외이사로 등재됐다고 보도됐다. 

국토부가 해당 서류만 들춰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놓친 것을 단순 업무실수라고 보긴 어렵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토부 직원들이 관련법을 아예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능하다는 질타다. 

10일 에어인천 역시 2012년 초 법인을 설립하면서 러시아 국적자인 C씨를 사내이사로 임명한 것이 국토부 전수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관련법이 개정된 2012년 이후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진에어와 에어인천에 대한 처분은 검토하겠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에는 '면죄부'를 쥐여주는 모양새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아시아나를 면허취소 했을 때 발생하는 여파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법인등기부등본 상 미국 국적인 브래드 병식 박씨는 2004년 3월 24일부터 2010년 3월 26일까지 6년간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직책은 사외이사다. 

국토부는 9일 "당시 항공법에 따르면 2012년 7월까지 외국인 임원 재직관련 제재 여부는 정부 재량 행위였다"라면서 "박씨는 2010년 3월 26일 임기만료에 따라 퇴사했으므로 행정관청이 인정돼 면허 취소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법 개정 이전 범법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당황스러운 말이다.

그러나 이런 국토부의 해명도 '눈 가리고 아웅' 식 거짓말로 판단된다. 관련법을 살펴보면 1999~2008년까지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행위는 면허 취소 사유였다. 이후 2012년까지 정부 재량 처벌로 변경됐지만, 2012년 8월부터 다시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됐다. 즉 박씨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아시아나 등기이사로 있었던 기간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반면 국토부는 진에어의 경우 법이 개정된 2012년 이후 4년간, 에어인천 외국인 등기이사 C씨는 2014년 11월까지 사내이사로 재직했으므로 2년간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그마저 진에어에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외국인 이사 불법 등재'라는 같은 사건에 국토부가 다른 처분을 내린다면 형평성 논란이 따라붙을 것은 예정된 일이다. 그렇다고 3개 항공사 모두 면허를 취소하는 것도 후처리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애초 항공사들의 중대 불법행위를 세 번이나 놓친 국토부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놓친 것인지 묵인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동안 국토부와 항공사 간 유착 의혹은 계속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 좌석 특혜설, 노선 배정 특혜설, 퇴직 공무원 재취업설에 이르기까지 국토부와 항공사간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 감독관 수는 현재 19명으로 2014년에 비해 늘었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법을 보호하겠다면서 법령으로 항공사 외국인 임원 등기를 금지한 국토부가 정작 국내항공사들이 버젓이 저지른 범법행위를 그냥 지나치는 자승자박(自繩自縛)식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한 국토부가 항공사 비리를 은폐 혹은 축소하려 했는지 철저한 감사와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또 혁신적인 쇄신으로 더는 항공사의 국토부가 아닌 '국민의 국토부'로 돌아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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