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8.07.11 14:42
연세대의대  세브란스 강훈철(왼쪽)교수와 양산부산대병원 고아라 교수.

[뉴스웍스=고종관기자] 영아기 때 발작을 일으켜 심하면 지체장애로 이어지는 영아연축(일종의 뇌전증)을 치료할 수 길이 열렸다.

세브란스병원 강훈철 교수와 양산부산대병원 고아라 교수팀(이상 소아신경과)은 영아연축 환자에게 비가바트린(vigabatrin)과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투여량을 늘린 결과, 72.7%가 부작용 없이 완치됐을 뿐 아니라 치료기간도 3개월로 단축됐다고 11일 밝혔다.

웨스트증후군(West syndrome)으로 불리는 영아연축은 출생아 중 10만 명당 24~42명에게서 발병한다. 소아간질 중 2%가 영아연축에 해당한다. 증상은 갑작스러운 근수축으로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일시에 뒤틀리는데 하루에 수십 회에서 많으면 100회 이상 증상이 일어난다. 환자의 25%에서 1년 내 발작이 시작되고, 생후 3~8개월 사이에 증상이 계속된다.

연구팀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영아연축 진단을 받은 66명(발작연령 5.7개월)을 대상으로 병합치료를 시행했다. 먼저 비가바트린을 2주간 단독 투여하고, 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두 약을 함께 투여했다.

비가바트린은 처음 3일간은 50㎎, 이후 4일간은 100㎎, 7일간은 150㎎을 추가로 투여했다. 그래도 경련이 있거나 뇌파가 불안정한 경우엔 프레드니솔론을 기존보다 높은 40㎎ 추가했다. 이 방법으로도 경련과 뇌파 불안정이 계속되면 프레드니솔론 투여량을 하루 60㎎까지 늘렸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약물을 투여한 결과, 48명(72.7%)에서 경련이 없어졌고, 뇌파가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또 약물 투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나 약물중단 이후 재발은 나타나지 않았고, 치료기간도 3개월로 단축됐다.

영아연축은 신경전달물질 이상이나 과다분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다양한 항뇌전증 약물이 임상에서 쓰이고 있지만 3분의 2의 환자는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정신지체로 이어진다.

강 교수는 “프레드니솔론 같은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을 우려해 소량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에 치료 프로토콜이 만들어져 많은 환아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뇌전증 연구(Epilepsy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