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7.19 18:54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4차례 방북...현지 풍경과 맛과 멋 담아

유일한 한국인의 방북 취재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한의 시간을 맞추자는 깜짝 제안을 했다. 그때부터 남과 북은 같은 시간으로 하루를 살게됐다. 긴 단절의 시간을 통과해 남북 관계 개선 서막이 열린 지금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간을 맞췄으니 이제는 마음을 맞춰야 할 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평양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이다.…평양 시내의 음식점에서는 태블릿 피씨로 주문을 받기도 했다"-132쪽

가깝지만 너무나 먼 곳, 북한 평양의 현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최근 몇 달 사이 남북관계가 급진전 됐지만 지난 10여 년간 남과 북은 지구상에서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우리 국민은 물론 언론인들의 방북취재도 일절 금지됐다. 현재도 극소수 공식취재만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칭·타칭 '통일기자' 진천규씨가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로서 유일하게 방북 취재에 성공해 책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로 북한의 변화상을 알렸다. 

저자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동선언 현장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들어 올리고 있는 단독사진을 찍은 기자로 유명하다. 그는 늘 북한 특파원을 꿈꿔왔고, 17년 뒤인 2017년 10월 남북교류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방북길에 올랐다. 

저자는 17년 만에 다시 찾은 평양의 첫인상을 '놀라움'이라는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했다. 전쟁 준비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과 달리 평양의 평온한 시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진천규씨가 방북 당시 촬영한 평양 풍경.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그가 본 평양 거리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거나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이미 흔했다. 최근 남북회담으로 유명세를 탄 옥류관 앞에는 택시 10여 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이딸리아료리전문식당'에서는 피자와 스파게티도 판매하고 있었다. 퇴근 후에는 맥주 집에서 대동강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마트와 백화점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구매하는 모습은 남측과 다를 바 없었다.

저자는 남한 사람들이 '북한' 하면 흔히 생각하는 가난과 억압 그리고 불안함은 놀라울만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북한의 아이들은 자신감 넘치고 행동도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에는 10여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평양의 변화상을 최초로 공개한다. 평양 시민들의 생활상뿐 아니라 곳곳의 거리, 북한의 맛집과 요리도 여러 곳 소개돼 있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기쟁반국수를 시키면 '평양주'라는 술 한 잔이 함께 나온다. 양은 우리 식으로 소주 세 잔 정도다. 술을 먼저 한 모금 마시고 국수를 즐기는데, 이를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고 한다" -179쪽

지난 4월 진천규씨가 방북 당시 촬영한 평양 풍경.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저자는 방북 취재 기간 평양 시민 사이에 섞여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취재했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어떤 검열도 받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남북한의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남북 사이의 균열을 심화시켜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북녘을 있는 그대로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서로를 더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다가올 남북교류 등 변화에 걸맞게 북한에 대한 무지를 깨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대개 아파트 평수다.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의 개념보다는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평수에 대한 개념이 없다.…방의 개수는 집주인의 권력관계나 사회적 지위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양가족의 숫자로 결정한다고 한다"-258쪽

손석희 JTBC보도부문 사장은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던져주는 고민은 참으로 두껍다. 그러나 결국 의구심을 걷어내기로 한 것은 그가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애정으로 그 땅 위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라고 평했다.

지난 4월 진천규씨가 방북 당시 촬영한 평양 풍경. <평양=진천규 재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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