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7.25 18:42
권오준 포스코 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5일 이임식을 갖고 포스코를 떠났다. 2014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해 4년 4개월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포스코의 미래를 후배들에게 맡긴 채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권 회장은 취임 당시 주로 연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현장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포스코를 통솔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임기 동안 구조개혁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탁월한 실적을 내며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실제 권 회장은 전임 정준양 회장으로부터 8조6692억원의 차입금과 3조7131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물려받아 회장 자리와 함께 4조9561억원(개별기준 순차입금)의 빚을 건네받으며 무거운 짐을 지고 출발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 준 리더십과 저력은 무서웠다. 그는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안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4대 혁신 어젠다를 만들어 추진했다. 4대 혁신 어젠다는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재무건전성 회복 ▲신성장 사업전략 수정 ▲경영인프라 쇄신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넘어야 할 산도 많았다. 권 회장은 이날 포스코센터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임식에서도 지난 여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취임 당시를 뒤돌아보며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가장 벅차고 영광스러운 시기였지만, 회사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을 지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전략으로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에 매진해 무차입 경영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무구조뿐 아니라 매출, 순이익 등 각종 경영지표도 놀라보게 좋아졌다.

떠나는 과정이 다소 석연치 않지만 권 회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현재 상황이 어려울 때 떠난다는 점이다. 그는 "유례없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폭풍우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며 "이 어려운 때에 회사와 여러분을 뒤로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고 했다.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권 회장의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떠나는 권 회장은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안히 쉬어도 된다. 그가 재임기간 보여준 경영성과만 봐도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

이제 포스코의 미래는 후배들에게 달려있다. 포스코는 50년을 지켜온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충분한 저력이 있다. 정치적인 외풍이 거세게 불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룹의 100년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해달라"는 권 회장의 당부를 후배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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