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01 15:15

높은 가격과 애매한 차급이 '결정타'…"고객 접점 늘려 인식 개선시킬 것"

쉐보레 이쿼녹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의 첨병으로 내세운 중형 SUV 쉐보레 이쿼녹스의 지난 7월 판매가 191대에 불과했다. 출시 첫 달에 기록한 385대 보다도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에 한국지엠은 이쿼녹스의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총 9000대를 판매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은 9529대를 기록했던 전달 대비 5.6%, 지난해 같은 기간(1만801대) 대비 16.7% 줄어든 수치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던 한국지엠은 4월까지 내리막길을 걷다 5월 들어 전월 대비 42.6% 판매가 늘면서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9529대를 판매하며 올해 월간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또 다시 판매량이 주저앉은 모습이다. 당초 7월 들어 1만대를 회복하지 않겠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달 최대 100만원 까지 할인혜택을 줬던 말리부(1813대)만 전달 대비 73.5% 판매가 늘었고 대부분의 차종은 판매량 감소를 면치 못했다.

이 같은 부진은 신차 수가 적은데다 그나마 있는 신차마저도 제 몫을 전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지엠이 올해 내놓은 신차는 지난 5월 말 출시한 더 뉴 스파크와 6월 초 선보인 이쿼녹스 등 2종이다. 기존 모델에서 페이스리프트 된 스파크는 지난 6월 3850대가 팔렸고, 지난달에는 3572대로 오히려 전월 대비 7.2% 줄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하면 15.5%나 쪼그라들었다. 더 뉴 스파크는 한국지엠의 월간 최다판매 차종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스파크의 판매량 감소는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개소세 인하의 반작용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차는 개소세 인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쿼녹스는 이보다 상황이 휠씬 심각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형SUV 시장에 포진해 있는데도 지난달 고작 191대 팔리는데 그쳤다. 출시 첫 달 385대 밖에 안 팔렸다며 뭇매를 맞았는데 다음달에는 그 반타작도 못한 셈이다.

이쿼녹스의 부진은 국내 중형 SUV 시장이 가장 치열한 격전지라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현대차 싼타페TM은 출시 이후 줄곧 1만대 내외씩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혔고 기아차 쏘렌토 역시 매달 5000~6000대 내외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픽업트럭이지만 사실상 중형SUV 시장에서 경쟁하는 쌍용차 렉스턴스포츠는 월간 3000~4000대, 가장 판매량이 떨어지는 르노삼성의 QM6도 매달 2000여대씩 판매되는 모델이다. 쏘렌토를 제외하면 모두 각 브랜드의 ‘베스트셀링카’이며 쏘렌토도 카니발에 이어 2번째로 잘 팔리는 차종이다.

이렇듯 중형 SUV 시장이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데도 이쿼녹스만 100여대 수준에서 머무른 점은 한국지엠으로서는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과 애매한 차급이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쿼녹스에 대한 고객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쿼녹스의 판매가 부진하다고 해서 성급하게 판매중단을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들의 제품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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