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02 16:43

올들어 화재 27건이나 발생했는데 긴급 대처없어 '화 키워'

지난 29일 새벽 강원도 원주시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BMW 520d 승용차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이 긴급하게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원주소방서>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부는 520d 등 BMW 차종의 잇따른 화재 사고과 관련해 BMW코리아의 결함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리콜은 물론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나서야 정부가 뒤늦게 손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고가 난 차량이 전소돼 화재 원인이 제작결함으로 인한 것인지 (정부의) 파악이 늦어졌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실장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5~6월쯤 차량 화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차량의 화재는 올해 들어 1월 3건, 2월 2건, 3월 1건, 4월 5건, 5월 5건, 7월 11건 등 최근까지 총 27건이나 발생했다.

앞서 국토부는 BMW코리아가 차량 화재 13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제출했지만 화재 원인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없어 강제조사에 착수했다. BMW 측은 9건 모두 화재 원인이 미상이라고 설명했고 교통안전공단의 추가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결국 국토부는 BMW코리아가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 교통안전공단에 강제조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그제서야 BMW코리아는 디젤차에 장착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하고 해당 부품을 교체하는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BMW가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에 따르면 화재 위험으로 리콜을 받게 된 차량은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이른다.

이처럼 BMW코리아가 화재 사고에 늑장 대응한 것은 결국 제작결함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BMW 차주 4명은 법무법인 바른과 함께 BMW코리아와 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BMW코리아는 2015년부터 발생한 차량 화재에 대해 조사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2017년식 차량부터 설계가 변경된 EGR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 측이 과거에 쓰던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4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작동되는 EGR이 화재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이 부품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벌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제조사가 제작결함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거나 거짓 공개하거나 곧장 리콜을 실시하지 않으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또 해당 자동차 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도 함께 부과된다.

특히 BMW코리아는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BMW코리아의 대처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계속돼 왔던 화재사고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토부는 화재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한 채 여론에 떠밀려 리콜을 추진하게 됐다. 화재 원인으로 제어 소프트웨어 결함,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흡기다기관 재질의 내열성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히 규명된 내용은 없는 실정이다. 만약 최종 조사결과 EGR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또 다시 대형 리콜 사태가 불가피한 셈이다.

또 BMW 차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국토부가 판매중지와 운행중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행법상 제작결함에 따른 판매금지 조치를 내릴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BMW코리아는 오는 3일 EGR를 화재 원인으로 판단한 기술근거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한다. 국토부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화재차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앞으로 10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예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와 제조사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정부는 BMW 화재 원인에 대한 각종 루머를 정리하고 확실한 원인규명과 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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