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기자
  • 입력 2018.08.07 06:07

[뉴스웍스=박지훈기자] 교보생명이 7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교보생명의 전신은 1958년 8월 세워진 ‘대한교육보험’이다. 사명과 걸맞게 대한교육보험의 주요 상품은 교육보험이었다. 교육보험은 자녀의 교육 자금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세계 최초의 보험 상품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회사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업계 최초 기록은 교육보험뿐만이 아니다. 종업원퇴직적립보험(1977년), 암보험(1980년) 등도 최초 기록을 써내려가며 현재의 교보생명을 만드는 주춧돌이 됐다.

교보생명의 약진 발판은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이 만들었다. 신 회장은 오로지 보험, 그것도 교육보험과 생명보험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 특히 국민교육을 진흥하고 민족자본을 형성하자는 공익적 신념으로 개발한 교육보험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신 회장이 내놓은 교육보험은 ‘담배 한 갑 가격이면 자녀의 평생교육’을 꿈꿀 수 있는 희망과 교육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신 회장의 공로는 전 세계에서도 인정받아 보험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세계보험협회의(IIS) ‘세계보험대상’을 수상하고,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Insurance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지난 60년간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고비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환위기 직후 2조원의 손실을 봤을 때다. 이 시기 경영일선에 나선 신창재 회장은 “매출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업계 오랜 관행인 외형 경쟁을 중단하고 내실과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내실과 질적 성장에 더해 혁신을 중요시했다. 혁신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신 회장 취임 후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매년 5000억~6000억원대 이익을 꾸준히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창립 첫해 2200만원이던 총자산은 100조원을 돌파했고 계약자 430만명, 보유계약 850만건이 넘는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60년간 주인이 바뀌지 않고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생명보험 외길을 걸어온 유일한 금융회사다.

교보생명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당장 내년에는 기업공개(IPO)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있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따라 최소 2조원, 최대 5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산업 규제완화에 따라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큰 장벽이다. 생명보험 마케팅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상품과 채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된 것이다.

창립 60돌을 맞는 교보생명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혁신으로 돌파해 온 교보생명의 저력을 믿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써온 혁신 이상의 모습을 보여야 교보생명의 100년 신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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