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06 18:49

국토부 발표서 진전된 내용없어…결함 2년전 알고도 이제 호들갑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6일 오후 4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재사고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BMW코리아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결함 원인을 설명했지만 ‘사과’만 했을 뿐 구체적인 원인규명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BMW 측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화재원인과 향후계획은 앞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6일 오후 4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효준 사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BMW 측은 화재원인으로 국내 전문가들이 제기했던 ‘소프트웨어’가 아닌 ‘EGR쿨러 결함’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기자회견을 위해 한국을 찾은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은 “EGR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발생할 경우 냉각수의 절반을 구성하는 글리콜이 쌓이면서 점착물이 형성된다”며 “EGR쿨러 끝단과 흡기 다기관에 침전물이 지속 축적되면 바이패스 밸브에서불꽃이 발생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화재 원인을 설명했다. 다시 말해 쿨러가 제 기능을 못해 최대 830도에 이르는 고열의 배기가스가 충분히 냉각되지 못하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BMW 측에 따르면 EGR쿨러의 냉각수가 누수되더라도 곧장 화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를 비롯해 긴 누적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 개방의 총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화재발생 조건이 만들어진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거나 차량 출력 저하, 연기 발생 또는 타는 냄새가 난다면 화재 전조증상이기 때문에 즉시 안전한 곳에 차량을 세워야 한다.

특히 BMW는 한국에서만 유독 화재가 많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소프트웨어는 미국만 다를 뿐 한국과 유럽이 동일하고 하드웨어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EGR 시스템이 적용된다”며 “특히 한국과 유럽의 결함율은 각각 0.10%와 0.12%로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만 특별히 화재사고가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BMW 측은 회사가 사전에 결함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BMW 화재의 원인조사에 착수한 우리 정부는 BMW 측이 결함을 은폐하거나 늑장 리콜을 한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지난 2016년 흡기 다기관에서 천공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이후 원인 파악을 위해 본사 차원에서 TF팀을 구성했다”며 “매우 복잡한 문제였기 때문에 원인 파악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정확하게 근본 원인을 파악했던 건 올해 6월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기술적 조치만 했지만 한국에서는 최초로 대대적인 리콜을 결정했다”며 한국에서의 잇따른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관련 결함을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늑장 리콜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BMW가 발표한 화재원인은 기존에 국토부가 발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아 이번 기자회견은 사과로만 끝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국토부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독일 본사 조사팀과 함께 면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 모듈의 이상으로 일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BMW코리아는 20일부터 리콜을 통해 EGR 모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에 쌓인 침전물에 대한 파이프 클리닝 작업을 진행한다.

한편 이날 김 사장은 “BMW 차량 전문가로 구성된 다국적팀이 한국을 방문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며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안전진단과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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