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07 11:09

회사측 실험 등 근거없이 하드웨어결함 특정 원인해명도 못해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6일 오후 4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재결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BMW가 520d 등 디젤모델들의 화재사고 원인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결함이라고 못박았지만 국토교통부는 소프트웨어 결함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EGR 결함으로 판단한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있으나 BMW 측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6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화재사고는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닌 EGR 쿨러 냉각수 누수현상으로 빚어진 하드웨어 문제”라며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BMW코리아에 따르면 EGR쿨러의 결함으로 고온의 배기가스가 충분히 냉각되지 못하면서 흡기다기관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온도인 300도를 넘어 불꽃이 일었다. 이 불꽃은 EGR쿨러의 냉각수가 새면서 만들어진 침전물에 옮겨붙어 불이 번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BMW코리아는 현재까지 약 3만여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시행했고 진단결과 이 가운데 8%에서 문제가 발견돼 예방 조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기자회견은 물론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냉각수 누수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리콜대상 산정근거, 원인분석 보고서, EGR 결함으로 판단한 근거자료, EGR 리콜관련 분석자료 등 추가적인 자료를 신속히 제출하라고 BMW 측에 요구했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국민들은 화재 원인을 다양하게 생각하는데 BMW 측은 EGR만 특정해서 자료를 줬다”며 “원인을 특정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충분한 실험이나 부품조사 없이 ‘EGR 문제’라고 했기 때문에 자료를 충분히 보완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을 포함한 다양한 사고 원인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BMW가 국내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은 “소프트웨어는 미국만 다를 뿐 한국과 유럽이 동일하고 하드웨어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EGR 시스템이 적용된다”며 “특히 한국과 유럽의 결함율은 각각 0.10%와 0.12%로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변형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부품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데 최근 한국에서만 집중적으로 화재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BMW 측은 기자회견 당시 “왜 한국에서만 집중적으로 화재사고가 발생하느냐”는 질문에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BMW 측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일 뿐 지역이나 시기에 맞춰 변경이 진행된다”며 “각국의 규정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프로그램을 변경해 하드웨어의 임계치를 넘으면 화재 등 여러 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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