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기자
  • 입력 2018.08.07 14:16

한진희 KAIST교수, 박형주 뇌연구원 박사 연구팀

ACC 영역의 뉴런을 억제하자 여우 냄새에 대한 생쥐의 동결 공포 반응이 크게 증폭됐다. 반대로 자극하자 공포 반응은 감소했다. <사진제공=KAIST>

[뉴스웍스=문병도기자] 한진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형주 한국뇌연구원(KBRI) 뇌신경망연구부 박사 공동 연구팀이 동물의 공포에 대한 선천적인 행동 반응이 발생하게 만드는 뇌신경회로를 발견하고 그 원리를 밝혔다.

골목 모퉁이에서 차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우리 몸은 순간적으로 멈춰 선다. 이는 ‘동결’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공포 반응이다. 이렇게 본능적으로 몸이 경직되면서 우리는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정상적인 공포, 불안 반응은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이다.

KAIST, 뇌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이런 공포 반응을 결정하는 뇌 회로에 주목했다.

사람의 경우 심한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생존 위협을 받을 경우 공포 반응이 고장 난 듯한 이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뇌 회로의 규명은 이런 증세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한진희 교수 연구팀은 전측대상회 피질(ACC)라는 전두엽의 영역에 주목했다. 이 부분은 신체적인 고통에 반응하고 통증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고도의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전전두엽 피질(PFC)의 일부다. 지금까지 전두엽 뇌 영역이 학습을 통해 획득하는 후천적인 공포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선천적 공포에 대한 조절 기능은 밝혀진 바가 없다.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뉴런을 활성화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술을 생쥐의 전측대상회 피질에 적용하는 실험을 통해 이 부분과 선천적 공포의 관련성을 보고자 했다. 선천적인 공포를 불러오는 자극으로서 연구진은 생쥐의 천적인 여우의 냄새를 택했다. 실험대상인 생쥐가 이 냄새를 맡는 상황에서 이 영역을 억제하거나 자극해 반응의 변화를 살핀 것이다.

연구진이 이 영역의 뉴런을 억제하자 여우 냄새에 대한 생쥐의 동결 공포 반응이 크게 증폭됐다. 반대로 자극하자 공포 반응은 감소했다. 이 영역은 또한 트라우마 기억에 대한 학습된 공포 반응도 강하게 억제하는 기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나아가 이 영역에서 편도체로 연결되는 일부 뉴런들의 성질을 규명했다.

다양한 신경망 추적 기법을 이용해 하위 연결망을 탐색한 뒤, 공포 반응과 연관이 깊은 배외측 편도체 핵 부분과 이 부분 사이의 주요 연결망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이 하부 회로를 억제하자 마찬가지로 생쥐의 여우 냄새에 대한 공포 반응이 증가하는 현상까지 확인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선천적 위협 자극에 대한 공포 행동반응을 코딩하고 있는 뇌 속 핵심 신경회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적 의미가 있다. 향후 전측대상회 피질 신경회로를 표적으로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기술 개발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장진호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달 1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한진희(왼쪽) 교수와 장진호 박사 <사진제공=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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