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24 11:50

전경련, 히든챔피언기업 1위 독일 사례와 비교 보고서 발표

<사진:한국형히든챔피언글로벌강소기업블로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3일 ‘독일 사례를 통해 본 히든챔피언 정책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이 보고서를 통해 국내 히든챔피언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정책시행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히든챔피언은 일종의 강소기업을 일컫는 용어이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교수가 정립한 개념으로 세계시장점유율과 매출액 등을 분류기준으로 삼고있다. 

지몬 교수는 ▲매출액 50억유로(약6조원)이하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3위권안에 드는 기업을 히든챔피언기업으로 분류했다. 눈에 띄는것은 매출액부분이다. 중견기업이상의 매출액 상한 기준을 설정해 놓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히든챔피언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차등을 둔다. 중소기업이 어렵사리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면 지원은 줄어들고 규제는 늘어나는 식이다.

제대로된 히든챔피언 기업이 되기 위해선 세계시장점유율을 높여 매출액이 수조원에 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기간 매출액이 50억원~300억원이 이상이 되면 중견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가기도전에 정부의 지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기업입장에서보면 한창 지원이 필요할 때 정부지원이 축소되거나 멈춘다는 얘기다. 

독일은 현재 전 세계 히든챔피언 기업의 48%를 보유한 '히든챔피언 1위' 국가다.   

전경련은 독일의 히든챔피언 육성사례와 한국을 비교, 히든챔피언 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규제완화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 성장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현행 지원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히든챔피언인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게 되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지원제도는 세제 분야 38개, 수출·판로 분야 10개 등 총 80개에 이른다.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제도의 경우에도 기존 25%에서 15%로 축소됨에 따라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들의 조세부담이 높다. 중기청이 김한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3,846개 기업 중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곳이 2013년 기준 76개사에 이르고 중소기업유예제도 적용기업 중 58.9%가 중소기업으로 복귀를 원하고 있다.

◆ 히든챔피언=강소기업? “편견에 불과”

전경련은 정부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히든챔피언 육성 대책과 한국형 히든챔피언 63개의 현황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규모 기준은 계열 관계, 지분 구조, 자산 규모 등에 관계없이 매출액 약 6조 원 이하인 기업인데 반해, 정부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중소·중견기업에 국한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63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761억 원)은 전 세계 히든챔피언의 매출액(약 4천억 원, 3억 2,600만 유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중견기업에 한정한 우리나라 히든챔피언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의 매출액 기준인 약 6조 원(50억 유로)은 EU 중소기업 기준(매출액 5천만 유로)의 100배로, 작은 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례로 히든챔피언인 독일 풍력발전 기업 에네르콘(Enercon), 자동차 케이블을 생산하는 레오니(Leoni)의 매출액은 각각 약 5조 원, 4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이들 기업이 육성 대상이 아닌 규제의 대상이 된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히든챔피언 육성정책이 기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중소ㆍ중견기업으로 한정된 히든챔피언 정책이 오히려 정부 지원책에만 안주하게 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작은 히든 챔피언이 글로벌 유명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규모별로 늘어나는 성장 장애물을 줄여나가자고 언급하였다.

 

◆ 게다가 성장이 어려운 환경까지...‘성장규제’ 풀어야

전경련이 정부의 규제정보포털의 등록 규제와 상법상 권리제한 등을 조사한 결과, 33개 법령에서 98개의 자산규모별 규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히든챔피언 강국인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정책 외에 규모별 차별정책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전에 자산 규모 증가에 따른 성장통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실정이다. 전경련은 대·중소기업 이분법적 지원제도 80개까지 감안하면, 총 47개 법령 178개의 성장 걸림돌이 존재한다고 분석하였다.

자산규모별 규제 수는 자산 3천억 원일 경우 28개, 자산 5천억 원 이상 40개(12개 증가), 자산 2조 원 이상 56개(16개 증가), 자산 5조 원 이상 86개(30개 증가), 자산 10조 원 이상 98개(12개 증가) 등으로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물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기업은 자산총액이 5천억 원을 넘을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도 적용되어 중소기업과 경합이 심한 경우에는 사업축소, 확장자제 등 사업 활동의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시 보유지분과 무관하게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로, 경영권 및 주주권을 크게 침해한다. 또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되어 소유구조와 영업형태를 직접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또한, 국가 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참여하거나 국가가 지정하는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될 기회도 박탈된다.

◆ 상속세 감면으로 기업 계승 가능케 해줘야 

독일 히든챔피언인 가구 부품회사 헤티히(Hettich)는 4대에 걸친 가업 승계를 통해 127년간 사업을 지속해왔다. 귀금속 소재회사 헤라우스(Heraeus)도 7대 가업승계를 통해 164년 간 명맥을 이어온 히든챔피언이다. 가업승계를 통한 경영의 지속성 확보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고, 여러 세대에 걸쳐 기술을 집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든 챔피언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가업상속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인 쓰리세븐은 과거 세계적인 손톱깎이 기업으로 위상을 떨쳤으나,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상속세 15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상실한 사례가 있다.

독일은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은 상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의 최고세율은 배우자, 자녀에 상속할 경우 2,600만 유로(약 3백억 원) 이상 구간에서 30%이나, 우리나라 최고 세율은 30억 원 이상 50%이다. 또한, 독일의 취득과세방식과 달리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유산과세방식을 적용한다. 독일은 부모의 상속재산이 많더라도 개별 자녀의 상속금액이 적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재산총액이 클 경우 개별 상속금액이 적더라도 일률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독일은 피상속인·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차등 세율을 적용하며, 상속자가 배우자, 자녀, 손자일 경우 최고세율은 30%이고, 4촌 이상이거나 혈연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50%의 상속세율을 부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혈연관계 여부에 관계없이 세율 구조가 동일하다.

우리는 상속세 공제지원도 제한적이다. 독일은 대·중소기업 구별 없이, 상속받은 후 7년간 사업을 계속하며 일정 수준의 고용과 사업자산만 유지하면 100%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출액 3천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 한해서만 공제해주며, 1인 상속, 피상속인 10년 이상 경영 등의 요건에 부합할 경우에만 지원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히든챔피언은 기업생태계와 국가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는 히든챔피언이 되기도 힘들고, 되더라도 지속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국내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규모별 규제 폐지, 성장유인형 지원제도 마련, 상속세제 개편 등을 통한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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