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10 05:37

리콜대상 아닌 차에서 '불'…BMW "EGR결함 아닌 정비소홀 문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방문해 BMW 차량 화재 제작결함조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BMW 디젤차량에서 발생한 국내 화재사고가 올해에만 40건 가까이 발생한 가운데 BMW코리아가 사태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행 중에만 발생한다던 불이 주차된 차량에서도 발생하고 리콜대상에서 빠진 9대의 차량에서도 불이 났기 때문이다. BMW코리아가 화재 원인과 결함차종을 한정시켜 리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730Ld와 320d 모델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해 BMW의 화재사고는 올 들어 37건으로 늘었다.

특히 730Ld와 320d 모두 리콜대상 목록에 올라있지만 이날 불이 난 730Ld는 리콜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7월 2일부터 2015년 1월 28일까지 제작된 730Ld가 리콜 대상이지만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2011년에 만들어진 차량이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37건 가운데 9건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일에는 전남 목포에서 사흘 전 안전진단을 받았던 520d 차량에서 불이 났다.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지난달 20일에 경기도 성남에서 불에 탄 BMW 520d 차량은 도로변에 주차된 지 약 1분 만에 화재가 발생했다. 장시간 주행 중에만 화재가 발생한다던 BMW 측의 설명과는 다르게 완전히 멈춘 차량에서도 불이 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BMW의 부실한 원인규명으로 사태를 축소하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화재원인을 EGR 결함으로만 특정하고 리콜대상 차종도 축소해 사태를 무마하려한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리콜대상은 최소 2011년에 제작된 차종들인데 2009년식부터 같은 부품이 들어갔다”며 “BMW 측이 의도적으로 리콜규모를 축소하려 시도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김 교수는 EGR의 냉각수가 새는 하드웨어 결함이라는 BMW의 분석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로 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엔진이 높은 회전수를 쓰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라며 “고혈압 환자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판매 차종과 국내 차종이 같은 부품을 쓰는데도 유독 국내서 화재가 많은 것은 국내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소프트웨어를 손보다 보니 하드웨어가 견딜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게 됐다는 주장이다.

주행 중이 아닌 주차된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달렸다가 멈추면 냉각팬이 더 이상 돌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순간적으로 엔진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며 “주행 중에만 화재가 발생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520Ld 모델은 지난 2014년 이후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정비를 받은 기록이 전혀 없었다”며 “조사결과 EGR 결함이 아닌 주기적 교체가 필요한 DPF로 인한 화재”라고 해명했다. 이번 리콜과는 상관없는 소비자의 정비소홀 때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어 “문제의 EGR 부품은 2009년부터가 아닌 2011년부터 제작된 차량에 들어간 게 맞다”며 “또 멈춘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도 주행 직후 발생한 만큼 주차된 차량이라고 보기 어렵고 주차 직전 이상 징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BMW의 화재결함 은폐 의혹과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독일 본사 및 제작 공장을 방문해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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