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11 06:30

계륵된 코란도, 지프 랭글러처럼 정통 오프로더로 '환생'할 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독보적인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지프의 올 뉴 랭글러가 11년 만에 완전히 새로워져 국내에 상륙한다. 투박하지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랭글러는 지난 77년 동안 꾸준히 오프로드 마니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다.

특히 승합차가 ‘봉고차’로 불리듯 우리나라에서 ‘지프차’는 SUV의 대명사로 인정받아왔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지프는 SUV에서 만큼은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해온 브랜드다.

지프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형 랭글러를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쌍용차에 눈길이 간다. 쌍용차의 뿌리도 분명 지프에 있지만 어쩐 일인지 쌍용차는 지프와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신진자동차 시절인 1969년 국내 첫 SUV 모델인 ‘신진지프’를 생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당시 신진차가 국내에 들여 온 지프 CJ-5는 현행 ‘코란도’의 뿌리가 되는 차종이다.

이후 신진차는 1977년 동아차로 이름을 바꾼 뒤 1984년 거화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륜구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1983년 첫 선을 보인 코란도는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쌍용차의 대표차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델이다.

쌍용자동차의 1993년형 코란도. <사진출처=쌍용자동차>

이처럼 쌍용차는 애초에 뿌리가 지프에 있었기 때문에 사륜구동 SUV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가져다 쓴 제조사로 알려져 있지만 지프가 진짜 뿌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쌍용차는 신진지프 시절부터 헤아리면 무려 49년 역사를 갖고 있는 걸출한 ‘코란도’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프의 랭글러처럼 긴 역사가 갖는 ‘헤리티지’를 이어오지 못했다. 1996년 출시된 ‘뉴 코란도’만 하더라도 정통 지프 스타일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살려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현재의 코란도는 그간의 역사를 전혀 살리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는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존하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최장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란도C 이후로 가치가 상당히 희석됐다는 평가다.  

지프의 랭글러 루비콘. <사진제공=FCA,코리아>

쌍용차가 한국의 지프가 되지 못한 것은, 또 코란도가 한국의 랭글러가 되지 못한 것은 쌍용차에게도 국내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코란도는 지난 35년 간 쌍용차의 영욕의 역사를 함께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켰지만 지금은 이름값을 전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코란도C로는 그 어떤 오프로드 지형도 오를 수 없는 애매한 도심형 SUV일 뿐이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7월 코란도C의 내수판매량은 325대에 불과했고 올해 누적판매량도 2120대에 불과하다. 

물론 현행 코란도C도 지난 2009년 존폐에 놓인 회사를 일으켜 세웠던 효자모델이지만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들이 쌍용차에게 바라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내놓는 멋들어지고 세련된 SUV가 아니다. 다소 투박하지만 어디든 오를 수 있는 튼튼한 정통 사륜구동 SUV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란도와 같은 뿌리인 지프의 랭글러처럼 말이다.

그래서 코란도C 후속 모델은 ‘티볼리 둘째형’이 아닌 정통 오프로더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 자금력과 연구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쌍용차는 티볼리 같은 도심형 모델에 얽매이기 보다 틈새시장인 오프로드 모델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의 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말이 있다. 쌍용차가 코란도라는 이름으로 걸출한 ‘정통 오프로더’를 세상에 내놓는다면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경영실적도 분명 반등하리라 확신한다.  

쌍용자동차 코란도C. <사진제공=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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