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08.11 06:19

평가 비중 9%로 적지만 다른 경쟁항목 비슷...출연금이 선정좌우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시중은행들의 지자체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에 출연금을 내야 하는데 이 금액이 도를 넘고 있다.

은행들은 지자체에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3000억의 출연금을 제안하고 있다. 올해 34조가 담긴 서울시 금고선정에서 신한은행은 104년간 금고지기였던 우리은행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3000억원의 출연금을 내기로 했다. 함께 경쟁을 벌인 은행들이 제안한 출연금 수준도 최소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금고는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제1금고와 기타 회계를 담당하는 제2금고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제1금고는 지자체 현금과 유가증권, 각종 세출입금의 대부분을 담당하는데 그 규모가 제2금고를 압도한다. 또한 담당은행은 지자체 금고를 맡음으로써 지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고 직원들과 지역사회를 상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금고로 지정되는 방법은 2가지다. 2개 이상 금융기관이 경쟁하거나 지자체가 특정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이다. 군과 도, 소규모 시의 금고는 대부분 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지자체 내 금융기관으로서 유일하거나 지역밀착형 사업에 뛰어나 다른 기관이 경쟁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농협은행이 맡고 있는 지자체 개별 금고의 규모가 크지 않기도 하다.

문제는 서울, 인천과 같은 대형 금고다. 올해 인천 금고는 약 10조로 하반기 선정될 지자체 금고 중 가장 크다. 출연금 규모는 금고 약정 개시 후 30일 이내 공개돼 현재로선 인천 금고에 지원한 은행들이 제안서에 얼마나 기재했는지 알 수 없지만 2014년 기준 인천 제1금고은행의 출연금은 470억원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부터 약 10년간 지자체에 지원한 전체 은행권의 출연금 규모는 1조원에 달할 정도다.

물론 은행들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금고지정 평가점수 100점 만점 중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점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기준에 따르면 신용도와 안정성이 30점, 자치단체에 대한 대출과 예금금리 15점, 지역주민이용 편의성 18점, 지역사회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 9점(지자체 출연금에 해당), 기타사항이 9점이다.

시중은행의 경쟁력 차이가 지자체 금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언론에 두드러지게 알려질 만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출연금이 선정 기준으로 충분히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

은행들은 지난 상반기에만 이자수익으로 10조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이 돈으로 지자체 금고 은행을 차지하기 위해 수백, 수천억원을 쏟아 붓는다면 이를 이해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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