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12 06:00

뒷북대응 멈추고 잘못된 관행 끊어낼 의지 보여줘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진에어 등 항공업계 오너일가의 경영일탈에 이어 BMW 모델의 잇따른 화재사고까지 겹치면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에서 국토부 차원의 ‘결자해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진에어 사건을 보자. 최근 진에어는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불법 등기임원 재직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토부와 항공사 간의 유착 논란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국토부는 유착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항공정책실에서 일하는 직원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이 무려 4분의 1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운항과는 항공사의 운항 안전을 감독하거나 운항 자격을 심사하는 등 항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들이 아무리 부인한다고 하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국토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앞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미국 '조 에밀리'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자임에도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한 항공사의 등기임원을 지난 2010년~2016년까지 6년간 유지했다.

진에어 항공기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뉴스웍스DB>

조 전 전무가 6년간이나 진에어의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국토부의 비호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죽하면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유착관계를 뜻하는 ‘칼피아’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돌게 됐을까. 4년 전 국토부 감독관이 ‘땅콩 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수사 자료를 내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칼피아’ 청산했더라면 지금의 문제는 벌어지지도 않았다.

사태가 커지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진에어의 면허취소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자책골’일 뿐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일탈과 국토부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죄없는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사례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최대 이슈로 떠오른 BMW 디젤모델의 잇따른 화재사고도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국토부 탓이다. 국토부는 BMW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꾸준히 모니터링해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몇 대의 차량에서 불이 났는지 실태파악 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4월까지 1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하고 환경부의 EGR 관련 리콜까지 떨어졌는데도 4개월 간 팔짱을 낀 채 지켜보기만 했다.

BMW코리아의 후속조치만 넋놓고 기다리다 뒤늦게 원인규명 조사에 착수한 국토부는 급기야 아무런 대책없이 ‘운행중지’ 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처사에 애꿎은 BMW 소유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확한 원인규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콜에 들어가다 보니 안전진단이 끝난 차량에서도 불이 나는 등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의 이 같은 ‘뒷북 대응’은 전 국민의 공분만 가중시킬 뿐이다. 국토부는 항공업계와 BMW를 엄중 조치하겠다며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지만 내부의 적폐청산 의지를 먼저 보여야한다. 지금 빼들은 칼로 꼬리만 자를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과 유착을 원천적으로 끊어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