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③대기업 일자리가 반의 반 토막 난 이유?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③대기업 일자리가 반의 반 토막 난 이유?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8.08.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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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지난 30년 한국 사회의 밑둥치를 흔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중의 하나는 대기업 일자리가 반의 반 토막으로 격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40%정도였는데 10%정도로 격감해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씨가 말랐다. 줄어든 공간은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비정규직 일자리와 자영업으로 채워졌다. 이러면서 중산층은 붕괴했고, 특히 청년들이 미래가 암담하다고 헬 조선을 거침없이 말하면서 스스로 학대하는 이른바 자학(自虐)사회가 되었다. 민간기업의 일자리가 황폐해지면서 공무원은 최고의 일자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또 같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청춘을 보내는 청년은 늘어나고 있다.

비정규직문제는 사회적 이슈라도 되었지만 대기업의 고용비중 격감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기업 고용비중 격감의 원인을 찾고 해법을 만드는 노력은 실종했다. 공무원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권은 엉뚱한 해법이나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확대로 일자리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른 나라는 앞 다투어 공공부문 일자리를 줄이는데 한국만 늘린다고 역주행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일자리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오히려 시간만 끌고 문제를 악화시킨다. OECD국가의 경험을 보면 공공부문 일자리 1개 늘리면 민간부문의 일자리 1.5개가 줄었다. 민간 일자리의 사업주가 정부로 바뀌고 민간의 세금부담만 늘렸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대기업 고용비중이 감소했을까? 전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증가했다. 미국은 60%가까이 그리고 중소기업 고용비중이 많은 독일도 50%정도로 올라갔다. 일본도 미국이나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대기업 고용비중이 증가했다. 선진국은 2개 중에 하나가 대기업 일자리인데 한국은 10개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고용비중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기술혁신과 세계화에 있다. 국내 시장에 머물었던 중소기업이 신기술 덕분에 생산성을 높여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급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규모가 커야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끼리 인수합병도 많았다.

우리나라만 대기업 고용비중이 격감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산업정책의 실패뿐 아니라 반(反)대기업 정서와 노동운동의 오류에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보호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되려는 노력을 감퇴시킨다. 피노키오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부작용 때문에 미국이나 독일은 진작 산업정책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환경 조성에 주력했다.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커진다고 해서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일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일본도 중소기업지원을 강조했지만 잃어버린 20년 동안 개혁을 하면서 미국과 독일처럼 중소기업이 기술혁신과 세계화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자생력을 키우도록 만들었다.

산업정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운동의 오류와 반(反)대기업 정서다. 한국은 대기업이 되면 노동조합이 생기고 노사관계가 불안해지면서 임금이 껑충 올라가고 고용이 경직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이런 문제가 크지 않다. 노동운동은 단위 노동조합이 절제하도록 만들고 노동조합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비슷한 일을 하면 급여를 비슷하게 받도록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우리나라처럼 크지 않은 이유다. 둘째,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임금 인상을 생산성 향상과 연계시킨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이 일부러 고용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다. 셋째, 노동조합은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운영한다. 우리나라만큼 노사의 불신이 크지 않다.

우리나라 대기업 노동조합에는 이기주의를 견제하고 절제를 유인하는 내부 장치가 없다. 대기업 노동조합은 협력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배려에 눈을 감았다. 비정규직을 없애자고 하지만 정규직 노동조합 가입은 거부했다. 오히려 임금인상과 고용보호의 부담을 중소기업·비정규직에 전가했다. 이래서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에 신분의 장벽마저 생겼다. 반면, 대기업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에 집착했고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는 외면했다. 결국 근로자의 기능과 조직의 유연성이 낮아 경기 변화에 따른 고용조정의 부담을 스스로 키웠다. 게다가 노동조합 간부의 급여는 물론 사무실의 운영비용도 기업으로부터 받아 편안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도가 낮다.

반(反)대기업 정서는 자살골처럼 대기업의 고용비중을 줄였다. 이 문제는 재벌체제뿐만 아니라 재벌 노동조합의 행태 때문에 악화되었다.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재발체제로 묶여있다. 재벌체제는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재벌 개인의 탐욕을 제어하기 어려운데다 기업문화도 폐쇄적으로 만들어 노사관계 불안 요인이 된다. 재벌 노동조합은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협상력이 큰데다 反재벌정서까지 이용해 욕심을 채운다. 파업 구호에 재벌 비난이 따라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다 보니 재벌 기업은 자동화와 외주 등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생산기지를 아예 해외로 옮겨 갈등을 피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벌 노동조합도 재벌처럼 탐욕 추구를 막을 내부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 조합원이 수 만 명이나 되고 조합 기금이 수십억 원이 되어도 재정공개는 하지 않는다. 투명하지 않으니까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집행부를 자체적으로 견제하기 어렵다. 상급단체인 노총이나 연맹도 힘이 센 재벌 노동조합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라 탐욕을 견제하기 어렵다. 이런 재벌 노동조합은 권력기구처럼 되었고 재벌뿐 아니라 재벌 노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노동운동과 재벌 노동조합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자발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의 고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비정규직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으며 중산층이 살아나고 자학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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