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08.13 16:19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기금이 5년전 열린 3차 재정추계위원회에서 예상했던 2060년보다 3년 이른 2057년에 고갈된다는 계산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보험료 인상과 가입 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 등 논란이 치열하다.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동의 없이는 국민연금은 개편은 없다"며 "현재 논의하는 대로라면 대통령인 본인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보험료 인상’, ‘가입 연령 및 수급개시 연령 상향조정’ 가능성 등에 대해 확정된 정부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재정계산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고 이에 적합한 개선책을 논의하는데, 이번 4차 재정추계위는 오는 17일 공청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 쟁점과 국민들의 오해는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자율로 맡기면 안되나...국민연금 왜 의무화 하나

국민연금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이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입한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국민은 의무적으로 월 소득의 일부를 납부하면 연금수급 가능연령이 됐을 때부터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그 가입을 자율로 맡길 경우 경제적 곤란과 기회비용을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선진국 가입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2017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 12.4%보다 4배 높은 49.6%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현 수급자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40년인 경우 월 평균 소득의 45%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 연금을 수급자의 가입기간이 40년이 채 되지 않아 국민연금공단이 이를 감안해 연금을 40%보다 적게 지급한다. 하지만 국민의 평균 가입기간이 늘어나고 있어 국민연금은 향후 노인빈곤율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30년간 고정됐던 보험료율을 올릴까?

국민연금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다. 보험료율은 가입자 월 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로 국민연금 출범부터 지금까지 9%다. 직장인이라면 가입자 본인과 회사가 각각 4.5%씩 부담한다. 이렇게 40년을 납부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월 평균 소득의 45%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소득대체율이라 한다. 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18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하게 되고 연금은 매달 80만원 받을 수 있다.

4차 재정추계위에서 예상한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는 2057년이다.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갈 시기는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연금 가입 혹은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1998년 1차 국민연금 개혁 당시 연금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5년마다 1세씩 늦추도록 상향 조정했다. 57~60년생은 62세, 61~64년은 63세, 65~68년생은 64새, 69년생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득대체율은 2013년 제3차 재정추계 이후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하락하도록 조정돼 올해 45%이다.

이번 개편 논의에서는 '재정 안정'과 '노후 보장'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개편은 모두 재정 안정에 방점을 두었다. 30년간 고정된 9%라는 보험료율을 최소 4% 가량 올려 13%대로 올려 노후 보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 60세 미만의 가입연령과 65세 이상의 수급개시(69년생 이후 기준) 연령을 맞추고 소득대체율은 45%에서 멈추게 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조금 더 납부해 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노후 보장성도 유지하자는 의견이다. 

◇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 안정적인 수익률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고 개편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국민연금 폐지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민연금보다 민간연금이 낫다는 이야기도 소셜 미디어 상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국민연금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운영비가 적고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한다는 점에 어떤 민간연금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규모는 635조다. 2013년에 400조를 돌파하며 일본과 노르웨이의 뒤를 이은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또한 공단은 삼성전자의 최대 단일주주이고 네이버, KT, 포스코 등 국내 대표 상장기업의 대주주다. 국내 100개에 가까운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 역시 준수하다. 국민연금은 국채와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수익을 낸다. 1988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6%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최근 국민연금은 1년간 기금운용본부장이 부재하고 운용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지며 비판을 받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기금은 2043년 2560조라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후 연금 수급자의 급증으로 2057년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 하지만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납부한 돈을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법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분화하고 있지 않지만 법에 따라 정부는 안정적, 지속적으로 연금이 지급되도록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나 독일은 기금이 고갈돼 세금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마련할 당시 기금 소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제는 가급적 기금 소진을 늦추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는 17일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와 논의한 결과를 공청회에서 공개하고 각계 부처의 의견과 여론을 모아 9월말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깊고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금을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해 다음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용에 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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