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기자
  • 입력 2018.08.15 05:43

신청자격·절차 까다로워...'쉽게' 혜택 받는 체감정책 펴달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를 강조하며 청년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았다거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는 지난 7월초 '신혼부부와 청년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행복주택과 신혼타운 조성, '디딤돌·버팀목 대출'부터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내일 채움 공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런 대책이 있는지 금시초문이란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실제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뉴스웍스는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5회 시리즈로 기획했다.

 

한 청년이 부동산중개소에 게시된 월세 매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뉴스웍스=이수정기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정부의 청년주거대책을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간혹 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혜택을 피부로 느끼진 못했다고 말했다.

사회 인프라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0.61%에 불과한 서울은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온 청년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서울은 청년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2015년 기준 서울 1인 청년가구(만 19~34세)의 주거빈곤율은 37.2%에 달한다.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박혜진(가명·27)씨는 "청년 주거 지원대책이라고 해도 사실상 숟가락 빠는 정도가 아니면 정부 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주거문제는 한국의 대부분의 청년층이 겪고 있음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사실상 청년 대책이 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20살때부터 서울에서 8년 동안 자취 생활을 해왔다는 박 씨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비용이 어림잡아도 100만 원가량이라고 말했다. 한 달 기준 △월세 45만원(6~7평)  △식비 등 생활비 25만원 △가스·전기·수도세 5만원 이상 △교통비 8만원 △휴대폰 요금 8만원 지출하면 박 씨의 여유자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일반적인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 수 있는 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박 씨가 한 달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화장품 등 꼭 필요한 용품을 사는 데 쓸 수 있는 비용은 10만원 남짓이다. 

취업준비생인 육근담(29)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달 기준 △월세 50만원 △식비 등 생활비 20만원 △교통비 5만원 △수도·가스·전기 5만원 이상 △휴대폰 5만원을 지출한다. 그는 "지금은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집'에 살아라며 부모님이 보태주시지만, 사실 당장 취직을 한다고 생각하면 월세 50만원은 무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가장 큰 지출은 주거 비용이다. 일반적인 대학생 및 청년들이 부담하기에 서울 월세(공과금 포함, 약 50만원) 수준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행복주택은 혜택은 많지만 공급물량이 적고 조건이 까다로워 입주하기가 쉽지 않다. <자료=국토부>

실제 지난 13일 무주택 청년가구(만20~34세) 중 RIR(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30%를 넘는 '임대료부담 과다 가구' 비율은 26.3%로 조사됐다. 국내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소득의 30%이상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뿐 아니라 국토부는 "임대료부담 과다 가구는 비싼 임대료, 주거불안, 고시원·반지하·옥탑방 등 생활 수준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 탓에 청년 임대주택에 지원한 적이 있다는 김민성(25)씨는 "모르고 지나칠뻔 한걸 우연히 알게되서 신청해본 적이 있다"면서도 "대부분의 청년 지원 대책들은 신청자격과 절차가 너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절차를 일일이 수행한다고 해도 임대주택 당첨은 하늘에 별 따기인 것 같다"며 "사실 주변 친구들도 혜택을 받는다는 마음보다 '밑져야 본전'으로 신청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상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정부 주거 대책에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한다"며 "주변에 눈만 돌리면 주거 빈곤 청년들이 가득한데 수치적으로 '청년, 몇 만명 지원'이라고 얘기할 게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전에 정부에서 진행했던 '아이 1명 당 10만원씩 준다'는 정부의 육아지원책은 아이가 없는 나도 알고 있다"며 "기본권에 속하는 주거문제도 육아지원책처럼 국민이 잘 알아들을 수 있고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뿐 아니라 정부 지원 임대주택을 구하려는 신혼부부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은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주택 대출로 집을 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저리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러 다녔다는 김수근(31)씨는 "임대 주택에 입성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신혼부부 디딤돌 대출로 집을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디딤돌 대출을 받아 집구한다고 부동산에 가면 손님 취급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내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는 일차적인 박탈감이 든다"며 "그것보다 더 한 것은 주택 대출을 꺼려하는 집주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혼집을 구할 당시 10곳 중 7곳은 주택 대출을 받지 않는 대답을 듣고 돌아오는 길이 많았다"고 했다. 

주택 대출은 법무사를 통해 계약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일반적인 전세 계약보다 진행이 더디다. 게다가 그간 '임대주택자 등록을 하면 세금을 많이 낸다'는 인식 탓에 아예 주택 대출 계약자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신혼부부인 박세아(가명·33)씨 역시 "주택 대출로 신혼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소위 '돈 안되는 손님' 취급 당할 때가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면서 보완책이 같이 나와줘야 정부 지원책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전 등록금 지원 정책처럼 '등록금 오르는 만큼 돈 싸게 빌려줄께' 식 정책은 결국 빚내서 대학다니고 집 사라는 말이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 13일 서울 지역 부동산 10곳에 주택 대출로 집을 구한다고 문의하자 4곳에서 "구할 순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머지 3곳에서는 "주택 대출 문의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구 A부동산 대표 역시 "임대인들이 국가 대출 받아 계약한다는 사람들을 별로 반기지 않는다"며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는 채찍과 혜택을 주는 당근책을 동시에 써서 임대사업자들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고는 해도 계속 임대업 해왔던 사람들은 '등록하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아직은 강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그는 "임대업자 등록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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