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24 16:23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연일 양당 원내지도부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에 대한 의견 조율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태. 하지만 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선거구 관련 합의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 의장은 해를 넘길 경우 ‘입법 비상사태’로 고려할 수도 있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구가 헌법 불합치에 해당된다며 기존 선거구의 법적 효력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규정했다. 즉, 내년부터 현재 선거구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이른바 ‘위헌 선거구’가 되는 셈이다. 정 의장이 국가비상사태에 의한 직권상정 여지를 내비친 것도 이와 같은 시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 된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구 관련한 과거 사례를 보면 12월 31일을 넘겨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경우가 있었다. 과거에도 위헌선거구, 입법비상사태 등 조속한 선거구 획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제 합의는 상당히 늦어진 셈이다. 

2000년 당시 4.13 총선을 앞두고는 두 달여 전인 2월 8일이 되어서야 의원 정수 및 선거제도에 대한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의원정수는 26명이 줄어들었고, 민주당 측이 주장했던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제 도입에 따른 1인2표제, 석패율제도 등은 무산 됐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한 달여 전인 3월 9일이 되어서야 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당시 의원수는 26명이 늘었으며 최초로 1인2표제가 도입 돼 비례대표 의원은 전국 정당투표에 의해서 선출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2008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월 22일이 되어서야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2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2석 줄이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12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4.11 총선을 앞두고 2월 27일께 선거구 획정안이 포함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시에도 12곳의 선거구가 새로 생겨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다. 

이처럼 지난 15년간의 선거구 획정 관련 선거법 개정안 처리시기를 보면 12월 31일을 모두 남겼을 뿐만 아니라 실제 공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까지도 미뤄진 바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올해 말까지 선거구 획정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야당은 선거제도 등 제반 요소에 대한 개정 없이,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는 새누리당안에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또한 정 의장 역시 직권상정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연내 처리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구 획정은 그 성격이 다소 다른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선거구 획정과 달리 이번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르면 해를 넘길 경우 '모든' 선거구가 무효가 돼 모든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이 미뤄질 경우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은 기존의 선거구 획정 지연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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