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18 06:20

서울~태백 왕복 500km 주행…차별화된 고급사양 돋보여

르노삼성자동차 SM6.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작정한 듯 왕복 약 500km 구간의 장거리 시승행사를 열었다. 1시간 남짓 진행되는 기존 시승회에서 느낄 수 없었던 차량의 숨은 매력을 경험해보라는 의중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르노삼성의 ‘쌍두마차’인 SM6와 QM6를 비롯해 QM3와 신차 클리오까지 대부분의 주력차종들이 총출동했다. 어느덧 내수 꼴찌가 익숙해진 르노삼성차의 판매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자에게 배정된 차량은 SM6 2.0 가솔린(GDe) 모델과 SM6 1.5 디젤(dCi) 모델이었다. SM6의 서로 다른 파워트레인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오투리조트까지 이동하는 약 4시간 동안 먼저 SM6 디젤 모델에 몸을 실었다.

SM6의 외모부터 살펴보자면 일단 참 잘생겼다. 사람으로 치자면 귀공자(貴公子)를 보는 듯 내‧외부 모두가 고급스럽고 품위가 느껴진다. 경쟁차종인 쏘나타나 K5보다 윗급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국내 중형차 가운데 최고의 디자인이라 불릴 만 하다.

르노삼성자동차 SM6. <사진=박경보 기자>

SM6는 국산차지만 뿌리가 프랑스 르노에 있는 만큼 유럽 감성의 내외관 디자인이 돋보이는 차다. 전면 후드에서 지붕, 트렁크까지 내려오는 전체적인 곡선의 조화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얼굴에 그려진 특유의 C모양 LED 데이라이트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한층 차별화시켰다.

사람 사이에 한번 각인된 첫인상을 깨려면 최소 200배 이상 강렬한 인상을 주거나 40번 이상 지속적으로 만나야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시 말해 SM6는 잘난 외모 덕분에 일단 좋은 점수를 깔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 덕분일까. 지난 2016년 3월 출시된 SM6는 올 들어 내수 판매 10만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출시 첫 해에는 5만7478대, 지난해엔 다소 떨어졌으나 3만938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총 판매량인 10만대 가운데 40%를 SM6가 홀로 책임진 셈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SM6 디젤은 장거리 주행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오롯이 드러냈다. SM6의 파워트레인은 스펙만 보면 저절로 고개가 갸우뚱해 질만큼 빈약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형차인 QM6, 클리오와 동일한 엔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SM6 디젤엔진은 90마력의 소형차보다 출력을 좀 더 높여 110마력으로 세팅했다.

애초에 디젤엔진은 액셀레이터 반응속도가 느린데다가 1500CC 배기량의 한계가 더해져 스포티한 주행은 어려웠다. 아무리 액셀레이터에 힘을 줘도 150km를 넘어가면 속도를 올리기 쉽지 않았다. 1.6리터 디젤엔진을 적용한 중형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비슷한 달리기 실력이었다.

하지만 민첩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행 중 계기판을 바라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고속도로 주행 시 계기판에 찍히는 평균연비가 18.0km/ℓ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연비를 위한 파워트레인 세팅이라는 르노삼성차 관계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240km 가량을 주행한 최종 연비는 16.0km/ℓ 수준을 기록했지만 테스트를 위해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은 것은 물론 강원도 지역 특성상 오르막 고갯길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기록이다. SM6 디젤의 공인연비인 17.0km/ℓ를 정직하게 지킨 셈이다. 평지에서 마음먹고 연비주행에 나선다면 20.0km/ℓ 정도는 충분히 보여줄 듯 했다. 

이어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는 SM6의 주력트림인 SM6 2.0 가솔린 모델로 갈아탔다. 시승차는 잘 팔리는 주력트림답게 드라이빙 어시스트(운전자주행보조 시스템)와 HUD(헤드업디스플레이) 등 호화사양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특히 고급차에서나 있을 법한 마사지 시트, 주차조향보조장치, 가변형 컬러 클러스터 등의 각종 편의사양은 고급옵션을 좋아하는 한국인 정서와 일치한다.

르노삼성 SM6의 실내디자인.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가솔린 모델은 디젤 모델보다 고속주행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초반 가속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디젤 특성 상 디젤 모델이 살짝 앞서지만 고속영역에서 꾸준히 밀어주는 힘은 가솔린 모델이 훨씬 우세하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전환하면 RPM이 높아지면서 엔진의 출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이 때 엔진음이 눈에 띄게 거칠어지며 액셀레이터 반응도 좀더 민첩해진다.

승차감은 디젤과 가솔린 모두 똑같은 서스펜션을 지니고 있어 동일하다. 다만 SM6의 전반적인 승차감은 호불호가 나뉠 듯 하다. 현대기아차의 서스펜션 세팅이 무른 편이라면 SM6는 좀더 딱딱한 편이다. 단점이라면 요철 충격이 생각보다 더 많이 전달된다는 점이고 단점이라면 날카로운 코너링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서스펜션 세팅 탓에노면 상태가 나쁜 도로에서는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지만 운전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법 했다.

특히 SM6는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에 더해 랙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인 R-EPS를 적용한 덕분에 날카로운 코너링 실력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에서 적당한 무게감으로 안정적인 직진성을 확보했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민첩하게 거동을 움직였던 것이 인상적이다.

르노삼성 SM6의 실내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하지만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직관성’이다. 르노가 유럽태생이라 그런지 현대기아차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각종 기능 및 버튼 사용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단적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은 고속도로 주행 중 눌러야하는데도 엉뚱하게 센터 콘솔박스 바로 앞에 붙어있다. 또 세로형 대화면 8.7인치 디스플레이는 겉보기엔 예쁘고 세련됐지만 실제로 사용할 때는 터치를 수차례 반복해야해 번거로운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BMW 등 고급차종처럼 조그다이얼이 달려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운전 중에 쓰려면 신경을 곤두서야 한다.

SM6 가솔린으로 약 240km 구간을 주행한 결과 12.0km/ℓ 수준의 평균연비가 계기판에 찍혔다. 자신의 공인연비인 12.3km/ℓ와 차이가 없었고 테스트가 아닌 정상적인 주행환경이라면 고속도로 주행시 15.0km/ℓ 내외의 연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총평

SM6는 지난 2016년 첫 출시 이후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지각변동을 일으켰지만 최근엔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택시’로 점철된 밋밋한 국내 중형시장에서 SM6는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를 지닌 ‘숨은진주’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지만 기존 중형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고급감과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호화사양들은 SM6만의 강력한 무기다. 실제로 국내 중형 세단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세로형 8.7 인치 디스플레이, 안마시트 등 다양한 옵션들이 도입되면서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르노삼성차가 SM6에 ‘매일 새로운 차를 타는 경험’이란 슬로건을 붙인 이유에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