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민재기자
  • 입력 2018.08.18 11:24
<사진=한민재 기자>

[뉴스웍스=한민재 기자] 곳곳에 노인회관, 마을회관은 많다. 그런데 왜 청년회관은 없지? 이같은 의문에 기자는 17일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첫 느낌이 분위기 좋은 카페, 고급스러운 와인바 같다. 그런데 아직 이 공간은 이름이 없다. 다른 업체들처럼 오픈 행사, 개업식도 안했다. 서울 강남 종합운동장 사거리 인근의 이곳은 현재 그냥 비어있다. 이 곳을 운영하는 대장격인 박석준 대표(피앤케이씨오 대표이사)는 '엔젤'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앞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함께 할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왜 이 공간을 사람들이 찾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기자의 느낌은 공유 오피스 같기도 하고, 와인바 같기도 했다. 하지만 꼭 뭐라고 단정짓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무엇을 담고자 하는지 살펴봤다.

◆생각, 그리고 일을 공유하는 럭셔리한 공간 

이곳의 첫 인상은 꽤 고급스럽다는 것.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소품, 그림들이 어우러져있다. 하지만 벽면의 대형 스크린, 프로젝트 빔을 보면 이곳이 다양한 행사를 하는 복합공간으로 여겨진다. 가수들의 어쿠스틱한 공연이 즉석에서 이루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박석준 대표는 실제로 가수들의 작은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급스러운 생각이나 일을 공유하는 동류들끼리 모이는 공간으로 제격인듯 했다.

◆술과 음료를 팔지 않는 공간

이곳은 술과 커피 등 음료를 팔지 않는다. 술이든 커피든 원하는 사람이 사오거나 가져다 마시면 된다. 물론 음식과 안주도 마찬가지. 서양의 포트럭처럼 누구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져오면 된다. 단, 뒷정리는 본인들 몫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나 회사를 대상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홍보나 이벤트 등을 계획 중인 것도 있다는데 그것 또한 규칙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 하지만 '늪'이 되는 공간

이 곳을 운영하는 박석준 대표는 이곳은 '늪'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 오는 사람들이 재능이든 돈이든 빠뜨리지 않고는 나갈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미란다.

박 대표가 하고 싶은 것은 꽤 다양하다. 제일 먼저 돈이 필요한 사업자나 기업과 엔젤을 연결해주는 '판정단이 있는 오프라인 크라우드 펀딩', 미국에서 대유행한 페인트나이트를 차용한 '페인팅엔젤스', 각종 사업설명회, 정치인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 미팅, 진짜 노래와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 등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세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사이코 드라마도 계획 중이다.

<사진=한민재 기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공간

박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모토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다. 그렇지만 방법이 참 독특하다. 어려운 이를 직접 돕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돕는 이들을 기부와 후원의 방법으로 돕는다. 이곳에서 성실하고 열심인데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업자들과 소액 투자를 하고 싶은 엔젤들과 연결해주는 오프라인 크라우드 펀딩을 할 계획이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앞으로 사업 진행에 있어서 후원과 기부를 하겠다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야 한다.

김 대표는 “아픈 곳만을 비추는 빈곤 포르노를 연출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려운 곳을 돕는 이들을 후원해서 착하고 멋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걸 원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것이 더 효율적이지요”라고 말한다. 

공간 마케팅이 유행인 지금 이곳도 하나의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독특한 공간의 느낌과 공간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한다는 말에 "나도 '늪'에 빠져볼까?"라는 유혹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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