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8.20 08:55

경전철 4개노선 2022년 이내 착공·공공기관 강북 이전 등 발표

박원순 서울 시장이 19일 오후 2시 서울 강남문화예술회관 1층 행복실에서 한 달간의 '옥탑방 살이'를 마친 뒤 그간 구상해온 강북 개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강북 우선 투자로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끌어 내겠다. 이를 위해 기계적인 예산 배정이 아닌 강북에 시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 

한 달간의 옥탑방 살이를 끝낸 박원순 시장이 강북과 강남의 격차를 해소할 대안을 지난 19일 주민 발표회를  통해 제시했다.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느낀 바를 정책으로 만든 것. 

박 시장의 '옥탑방 구상' 방향은 '강북 우선투자'다. 박 시장은 "오늘날 강남북 격차는 과거 70년대 이뤄졌던 강남집중 개발에서 온 것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결단과 투자, 혁명적인 정책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비강남권 4개 철도 노선을 시 재정 투입으로 착공한다.

경제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로 그간 민자사업자 선정이 지지부진했던 △면목선 △우이신설선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등 4개 노선을 2022 이내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어르신 거주자가 많은 강북 특성상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등 신(新)교통수단을 도입한다. 이는 지역에 따라 교통수단 유형과 가능성을 검토한 후 2020년부터 5개 권역에 1개씩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박 시장은 "옥탑방 살이 첫날 주차 문제가 심각함을 느꼈다"면서 강북 주택과 주차공간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영주차장 확대를 위해 서울시 보조금 지원을 투입하고 가로변 여유 차로를 활용한 노상주차장을 8000면까지 조성한다.

그러나 박 시장은 "근본적인 주차 문제는 차가 많다는 것"이라며 "공유경제를 착안한 '나눔카' 사업을 확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눔카는 자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대 일정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도시 교통 시스템을 말한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나눔카 주차장을 현재 567면에서 3733면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강남에 집중된 공공기관 일부를 강북으로 이전키로 했다.

강남에 본사가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서울연구원,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을 강북으로 옮기며 올해 안에 추가 이전 대상 기관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인재개발원의 경우 한 해 2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으로 이런 기관을 강북으로 이전시키면 강북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기관의 전체 인원은 SH공사 1255명, 서울연구원 285명, 인재개발원 115명 등 1600명이다. 이는 낙후 지역에 대한 활성화 효과와 함께 서울시가 발전의 중심을 강북으로 옮긴다는 상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19일 오후 '삼양동에서 세상을 보다 ' 정책 발표회 이후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노후주택과 낙후된 주거환경도 정비할 예정이다.

우선 박 시장은 "도시는 젊어야 활기가 생긴다"며 "'청년을 위한'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비강남권에 방치된 빈집을 매입, 청년 창업공간 및 청년 주택,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중 400호를 우선 매입하고 2022년까지는 빈집 1000호를 사들여 청년·신혼주택 4000호를 공급한다.

박 시장은 그 모델로 '터무늬 있는 집'을 예로 들었다. 터무늬있는 집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 돈을 기반으로 사회투자지원재단이 청년들의 주택 보증금을 마련해 꾸린 청년주택이다. 박 시장은 "'터무늬있는 집'은 옥탑방 살이를 하며 찾은 답 중 하나"라며 "이처럼 청년들이 서울시와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면,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이 낡은 집을 고쳐쓰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소규모 정비 활성화'를 추진한다. 같은 맥락으로 '서울형 가꿈주택' 보조금을 최대 10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2배늘리고 2022년까지 2000호에 이를 지원한다.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를 위해선 강북권 중·고교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강북권 대학들과 주변 고등학교를 연계한 진로 프로그램 운영 방식과 핀란드식 방과후 예술학교, 시립거점도서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강남의 어린이병원과 같은 시립 어린이전문병원을 강북에도 신설하고 2022년까지 비강남권에 영유아 열린육아방 373개, 국공립어린이집 486개, 우리동네 키움센터 357개를 신설한다.

전통시장과 소상점을 지원하기 위해 골목상권을 살리는 '생활상권 프로젝트'도 가동한다. 서울시가 유망업종 전환 등 컨설팅을 지원하고 빈 점포에 각 지역에 필요한 작업 공간 및 커뮤니티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강북 내 상업지역 지정을 본격화한다. 이미 지난 3월 서울시는 상업지역 지정가능 물량(총 134만㎡)이 강남에 편중됐다고 보고 비강남권인 동북권(44%)와 서남권(30%)에 집중 배분했다.

박 시장은 "동내 전파상, 철물점, 미용실 등이 자취를 감추고 동내경제가 무너졌다"며 "큰 길가에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다"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각종 도시재생사업에 배정된 예산 몇조원이 외부에서 온 업체들로 나가는데, 이것을 동내로 돌려주기 위해서 계약 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이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2019~2022)'를 조성해 국토 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한다. 재원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교부액, 일반·특별회계 전입금, 과밀부담금,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초과이익환수금 등을 통해 확보한다. 아울러 내년 1월까지 지역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균형발전담당관을 신설한다.

이날 박 시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강북 발전은 강북 그 자체에 있었다"며 "삼양동의 변화를 시작으로 강북과 서울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이어 "한 달 동안 시민들의 삶 한가운데서 함께하며 가장 힘겨운 고통이 무엇인지 목격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시도였다"며 "날씨보다 뜨거운 삼양동 주민들의 사랑을 느끼고 돌아간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으로 서울시는 박 시장의 '옥탑방 구상'을 체계적으로 검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달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동고동락 해온 강북 삼양동 주민들이 19일 오후 2시 '삼양동에서 세상을 보다' 행사에 참여해 박 시장을 지지하는 플랜카드를 들고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이날 발표회에는 약 700명의 주민이 모였으며 일부 주민들은 "삼양동, 박원순"을 외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삼양동 주민들은 박 시장에게 '삼양동 명예 주민증'을 수여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강북구 주민 권모 씨는 "정치인이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서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기 위해 한 달간이나 나선 것은 칭찬할 일"이라며 "오늘 발표했던 내용이 잘 실천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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