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20 14:28

설계결함·소프트웨어오류 등 가능성 두고 정확히 원인규명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2000년대 중반, 독일 BMW본사의 엔진 연구소에서는 주력 신형모델 중형세단 520d의 양산형 모델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고성능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추면서도 고연비를 구현하는 2000cc급 디젤엔진 개발이 목표였다. 특히 엔진의 고성능이 유지되면서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목적 역할에 더욱 고민을 하게 된다.

연구진들은 환경적인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매연저감장치인 DPF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인 EGR의 기능적 역할에도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고성능 엔진에 자신이 있던 만큼 2000cc이지만 충분한 동력이 나온다고 자신하는 만큼 두 장치의 기능이 항상 원활하게 작동하게 한다는 기본 조건 하에 설계했다. 특히 두 장치가 엔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엔진의 역할에 자신이 있던 만큼 동시에 작동돼도 괜찮다는 판단에 별다른 여과 없이 장착을 결정한다.

특히 EGR에 유입되는 배가가스의 열을 식히기 위한 쿨러의 기능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컴팩트한 고성능 엔진과 협소한 엔진공간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다른 메이커 대비 유입되는 냉각수의 용량을 상대적으로 적게 설계하게 된다. 원활한 동작에는 무리가 없다는 담당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그대로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함께 참가한 일부 전문가들은 여유 설계가 약한 만큼 조그마한 무리수가 가해지면 EGR 작동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여 묻히고 만다.

이렇게 개발된 BMW 520d 모델은 국내 수입차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로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6000만원대의 낮지 않은 가격으로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높은 연비는 당시에 ‘떨어지지 않는 연비 바늘’이라고 할 정도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했다. 이렇게 쌓인 명성이 단일 모델로서는 4만대가 넘는 최고의 긍정적 이미지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여름부터 유럽에서는 520d모델 등 다양한 디젤승용 모델을 중심으로 몇 건의 화재를 통해 EGR 관련 부실신호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독일 본사에서도 이미 올라온 보고서를 근간으로 화재 요인에 대한 원인 파악과 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원인 파악과 조치 방법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2017년 3월에는 환경부가 BMW코리아의 EGR 문제로 자발리콜을 하겠다는 신고서를 접수하게 된다. 이후 2018년 3월까지 받는 환경부의 EGR 리콜 계획서는 3건에 이르고 관련 내용도 EGR 쿨러의 관로 막힘, 밸브의 이상동작, 쿨러의 과열로 인한 냉각수 유출 등 다양한 EGR 이상 신호가 나타났으나 배출가스 등 환경적 부분만을 확인하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EGR이 주는 시그널을 확인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관련 자료를 실시간으로 안전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에 동시 공유를 했다면 EGR이 주는 신호를 파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17년 12월부터는 BMW 520d 모델의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언론의 스프트 라이트를 받으면서 연일 화재사건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고 운전자의 관리 잘못, 불법 장치의 장착 등 다양한 원인이 제공되면서 하나하나 묻히게 된다. BMW코리아에서는 신속하게 성의를 다하여 객관적으로 발표하고 보상한다고 해 일반 자동차 화재의 한 사례로 굳히게 된다.

2018년 7월 중순, 대한민국에서는 폭염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BMW 520d 모델의 화재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물론 다른 타 메이커의 차량도 화재가 종종 발생하였지만 유독 520d 모델은 월등히 높은 화재건수를 자랑하게 된다. 물론 BMW 다른 디젤차종도 타사 대비 높은 화재건수를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BMW코리아나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안일하게 대응하고 일반적인 사안으로 간주하게 된다.

같은 해 7월 하순, 3일 동안 5건의 520d 모델이 전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일종의 스모킹 건 역할을 하면서 BMW 520d 모델에 대한 심각한 충격이 시장에 나타나고 해당 차종 소유자들은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다.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BMW코리아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2개 디젤 차종 10만 여대의 자발 리콜을 발표하고 긴급점검과 8월 후반부터의 리콜계획을 발표한다. 동시에 국토교통부도 늦었지만 해당 차종의 운행 자체를 장관 명의로 발표하였지만 지속된 폭염으로 인한 BMW 차종의 화재는 하루 이틀 사이에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전 국민의 관심사가 자동차 화재로 옮겨가게 된다. 심지어 BMW 차량의 주차 금지는 물론 중고차 가격은 하락하고 BMW 소유자의 심리적 압박감은 정도를 지나칠 정도로 커지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긴급 점검을 받지 않은 리콜 대상 BMW 차주들에게 운행정지 명령을 발표하면서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지게 된다.

이에 BMW 본사는 기자회견을 통하여 EGR 쿨러의 하드웨어적 불량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원인이 되어 찌꺼기와 혼합된 오일 등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발표하면서 부품교체로 리콜은 완수하게 된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타사 차종 대비 EGR 쿨러에 유입되는 냉각수 양이 과반에 그쳐 작은 과부하가 가해져도 견디지 못한 EGR의 과열로 이어진다는 초기 설계상의 잘못이라는 해석, 시기적으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당시 환경부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맞추기 위한 과도한 EGR 과부하로 인한 화재 요인, 앞서 언급한 520d 모델을 비롯한 엔진설계 당시부터 여유 설계가 부족하고 무리한 과부하로 인한 엔진 부담 증가 등 설계시작부터 잘못된 문제라는 시스템 에러 제기 등 다양한 문제제기가 심각성을 더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의 화재규명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의 문제점 등을 찾는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리콜 자체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인 ECU의 프로그램 업데이트로 인한 과도한 EGR의 과열로 이어진 화재라고 한다면, 다시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로 EGR에 대한 부담을 줄여 EGR로 인한 화재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로 인한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은폐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관리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 등 강도가 높아진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 경우 리콜을 전혀 할 수 없는 불법 차량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폭염은 가시고 있고 다시 온도가 낮아지면 당연히 화재건수는 줄어들게 돼 적당한 리콜로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도 한다. 간혹 발생하는 같은 차종의 화재는 일반 화재로 둔갑해 섞이면서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일상적인 자동차 화재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과정도 예상하곤 한다.

한편 BMW의 늦장대응과 국토교통부 등 빠른 대응논리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은폐나 고의적 누락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물론 메이커 자체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책임 소재의 변경도 힘을 얻게 된다. 대한민국은 자동차의 결함을 운전자나 소유자가 밝혀야 하는 미국과 반대의 구조이다. 더불어 좀 더 소비자 및 국민들의 입장에서 문제 발생 시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하여 미리부터 정부가 개입하는 적극적인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소비자 보호의 첨병 역할을 하는 집단 소송제 등 소비자의 목소리가 크게 높아지고 있고 입법부도 관련법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이제 BMW 차량 화재사건의 1회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2차전이 예고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정은 험난하고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이번 대한민국에서의 BMW 차량 화재는 관심이 증폭되면서 원인에 대한 관심이 극히 커지고 있고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몰리고 있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EGR 시스템을 비롯한 현재 제기되는 팩트를 모아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빠르고 신뢰성 높은 정확한 화재 원인이 나타날 것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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