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21 06:00

소형SUV와 CUV 경계 모호한데 판매량 격차 14배…"유행보단 내게 맞는 차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357대 VS 4917대. 지난달 기아차 쏘울과 현대차 코나의 내수시장 성적표입니다. 생긴 것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성적은 1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코나는 ‘소형 SUV’로 팔리고 있고 쏘울은 ‘CUV(크로스오버 자동차)’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죠.

먼저 겉으로 보이는 크기를 볼까요. 국내 소형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코나는 전장 4165mm, 전폭 1800mm, 전고 1550mm의 제원을 갖고 있습니다. 실내공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축거는 2600mm, 지면과 차량 바닥 사이의 간격을 뜻하는 지상고는 170mm입니다.

특히 지상고는 일반적인 세단이 갖는 140mm 수준과 약 30mm 정도 차이가 납니다. 참고로 SUV라고 하면 200mm는 넘어서는 것이 보통입니다. SUV 명가로 불리는 지프의 소형SUV인 레니게이드도 200mm를 충족하니까요.

그렇다면 ‘CUV’로 불리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쏘울은 어떨까요. 쏘울은 전장 4140mm, 전폭 1800mm, 전고 1600mm. 축거 2570mm, 지상고는 150mm입니다. 1세대 쏘울의 지상고는 165mm였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상당히 낮아졌죠. 하지만 그래도 ‘SUV'라는 코나보다 전고는 오히려 5mm가 높습니다.

지상고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전고가 높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실내가 좀 더 여유롭다는 말도 됩니다. 실제로 코나의 트렁크 용량은 360리터 수준이지만 쏘울은 400리터가 넘습니다.

'소형SUV' 현대자동차 코나(위)와 'CUV' 기아자동차 쏘울'.

두 차종은 같은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에 운동실력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디젤모델로 보면 똑같은 1.6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136마력에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냅니다.

두 차종의 차이점을 굳이 꼽자면 개인 취향인 디자인과 서로 다른 가격대입니다. 쏘울은 주력으로 판매되는 가솔린 기준으로 1717만원에서 2016만원에 형성돼 있고 코나 가솔린 터보는 1860만원에서 2381만원입니다. 코나의 엔진이 터보엔진이라 좀 더 비싼 편이죠. 디젤로 비교하면 쏘울은 2273만원 단일트림이고 코나는 2052만원에서 2572만원에 판매됩니다. 디젤로 봐도 여전히 코나가 비싼 편입니다.

SUV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분명히 ‘목적’이 있을 겁니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주말마다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거나 큼지막한 유모차를 실어야 하는 경우죠. 하지만 소형SUV라고 불리는 코나나 티볼리, QM3, 스토닉, 트랙스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 SUV로 보기 어렵습니다. 전고가 낮은 탓에 생각보다 실내공간이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형SUV들의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에는 유모차가 잘 안들어간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특히 적재능력은 몰라도 실내거주성은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이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또 최저지상고가 낮은데다 엔진의 힘도 빈약한 편이라 험로를 주파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SUV를 상징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역시 티볼리와 코나 등 일부 차종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늬만 SUV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국내 소형SUV 시장은 ‘SUV'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해치백 시장은 언제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쏘울을 비롯한 국내 해치백들은 월 500대도 판매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각광받는 소형SUV와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도 오히려 저렴하거나 비슷한데 말이죠.

2000만원이 넘는 자동차를 단순히 SUV 열풍이라고 해서, 남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해서 구입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차를 구매하기에 앞서 이 차가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부합하는지, 내가 원하는 성능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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