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기자
  • 입력 2018.08.21 18:20

[뉴스웍스=허운연기자] 전기요금 고지서가 각 가구에 발부되면서 '전기요금 폭탄'을 확인한 시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에어컨을 튼 가정의 경우 대부분이 평상시 보다 3~5배 이상 전기요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 검침이 이미 끝난 뒤 요금이 부과된 탓에 한시적으로 완화된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요금 부과 때 할인 혜택이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에 따르면 누진제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주택일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낸다. 200㎾h까지는 1㎾h당 93.3원의 요금이 부과되고, 201∼400㎾h까지는 187.9원, 401㎾h 이상일 때는 280.6원이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정부는 현재의 누진제가 각 가구에 부담될 것으로 판단, 1단계와 2단계 누진구간을 각각 100㎾h만큼씩 확대했다. 이번 요금 인하 조치로 월 사용량이 200kwh를 초과하는 1512만가구가 월평균 19.5%의 요금 할인을 받게 된다. 7~8월 전기요금에서 가구당 월평균 1만370원씩 총 2761억원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대책에도 다음 달 소급 적용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전력사용량과 요금은 2배 이상 늘어났는데 기껏 할인해 주는 요금은 2만원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물론 사용량이 늘어나면 요금을 많이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들을 화내게 만든 것은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이다.

사상 최고기온을 연일 경신한 유례없는 폭염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대통령까지 나서 ‘냉방기기 사용은 기본적 복지’라며 에어컨만이 폭염 속 유일한 대책인 양 제시했다. 그 이후 나온 대책이 전력요금의 한시적 인하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포퓰리즘에 입각한 일시적인 대책이라는데 있다.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폭염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에어컨 사용을 전제로 한 전기요금 할인 대책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면 이 또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반구 전역을 덮친 올여름 폭염은 기후 재난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매우 취약하다. 당장의 전기요금 고지서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만, 어쩌면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는 에너지를 쓰는 상황에서도 저렴한 전기요금만 고집했던 게 폭염과 같은 재난을 부른 건 아닐까. ‘싸게 많이’ 쓰자고 하면 답이 없다. 포퓰리즘은 거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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