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23 18:39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2003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인수한 초대형 크레인에 붙은 이 별칭은 스웨덴 조선산업의 사양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스웨덴 말뫼의 사례가 지금 울산에서도 똑 같이 재연되고 있다. 높이 128m에 폭 165m, 축구경기장 2개를 세워놓은 것과 맞먹는 크기의 크레인을 1달러에 인수해 현대중공업의 해양부문을 이끌었던 크레인이 가동을 멈추면서 ‘울산의 눈물’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3일 해양부문 직원들에게 '해양의 미래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보냈다. 조직축소, 인력감축,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골자다.

현대중공업은 담화문에서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며 “재직자에 대한 교육이나 유급휴업 등의 조치도 취했지만 해양부문을 살리기는 어려웠고, 유휴인력이 발생 중인 조선에 기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해양부문은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5개월째 수주가 없다. 지난 20일 나스르로 향하는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서 모든 일감이 완전히 떨어졌다. 더 이상 기댈 곳도 기대할 것도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어쩌다가 이 같은 처지가 된 것일까. 45개월 전부터 일감이 없어지고 있는 것을 미리 알고도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누가 봐도 뻔하다. 수주를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경쟁력이 없어서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바로 고임금 때문이다. 일감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고임금을 고집하면서 구조조정 등에는 등한시 한 채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것이 이 같은 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실제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 싱가포르 등 해양설비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우리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으로 수주금액을 써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니 45개월 동안 수주를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태를 노조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몰랐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감이 서서히 없어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방관하며 구조조정에 트집을 잡은 것은 직무유기다. 사측이나 노조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번 상황은 예견된 일이었다.

가격경쟁력을 지켜 수주를 하려면 임금을 적게 받거나 구조조정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노사협의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울산의 눈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협상테이블에 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지금 현대중공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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