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08.27 05:27

대학생이라고 소득 없다고 '퇴짜'...청년 80%는 신청도 못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를 강조하며 청년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았다거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4명 중 1명의 수입은 월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매달 100~200만원을 버는 청년은 40.7%에 달했다. 청년 3명 중 2명은 월 200만원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실제 조사에서 '생활 자금이 부족하다'라고 답한 청년들도 61.3%에 달했다. '가난한 청년'이 가득한 대한민국인 셈이다.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청년들을 위한 금융정책들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의 돈을 불려준다는 각종 '청년통장', 중소기업재직 청년들을 위한 '내일 채움 공제', 청년의 주거와 자금난을 돕기위한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저축통장', '햇살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이들은 청년들의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놓은 여러 금융 지원 규제들에 대해 토로했다. 뉴스웍스는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5회 시리즈로 기획했다.

 

<그래픽=대한민국정책기자단 블로그>

[뉴스웍스=이수정·허운연 기자] "대학생은 왜 청년이 아닌거죠?" "부모와 같이 살면 가입도 안된다니. 솔직히 연봉 3000이하인 청년이, 청년 우대형 청약 통장 만들려고 독립을 어떻게 합니까"

청년 박상준(가명·25)씨는 올 7월달부터 가입자를 받기 시작한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신청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박 씨는 "지난해부터 정부 발표를 듣고 청년 우대형 주택 청약통장을 신청하려했지만 자격조건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면서 직전연도 소득신고가 있고,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세대주여야 가입 가능하다. 뒤집어 말하면 근로소득이 없는 대학생과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박 씨는 "대학교 4학년이라 취업 준비를 하면서 조건이 좋은 청년우대청약을 준비해보려고 했는데 소득이 잡히지 않아 자격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왜 청년 정책에 대학생들이 빠져있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지원(28)씨는 "연봉 3000만원 이하 직장에 다니면서 부모에게서 독립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 직장을 잡았으면 모를까 청년 우대형 통장에 가입 하려고 독립해 월세를 50만원씩 내고 살 사람이 어딨겠냐"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해 금융당국이 조사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중 22.9%만이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10명 중 8명은 아예 지원 대상에 들어가지 못하는 셈이다.

당연히 가입자 수도 크게 저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가입자 수는 4만여 명으로, 당초 전망한 잠재 수요 75만명의 5% 수준에 그쳤다.

정부에게 바라는 청년 금융 정책이 있냐는 물음에는 청년지원에 대한 조건 완화를 꼽았다. 이어 정책홍보 부족, 청년 목소리 경청 등을 말했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박지환(27)씨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정말 힘들게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더 세심하게 공감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청년 금융 지원책이 유명무실해 지지 않도록 수혜 범위를 넓히고 조건을 완화했으면 좋겠다"면서 "청년 지원 정책이라고 내놓은 대책에 10명 중 8명은 해당이 안되는 건 좀 심하지 않냐"고 꼬집었다.

서지명(가명·31)씨는 "분명히 청년 범주에 들어가는 나이임에도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국가에서 정의하는 청년의 범위까지는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청년이 월세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한편,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19~31세 대출 이용률은 31.8%로 추정된다.

청년의 대출금액은 평균 1303만원 수준으로 학자금 목적이 절반(53.2%)에 달하지만 생활비(20.5%)와 주거비(15.8%) 목적의 대출 비중도 높다.

특히 대출자의 13.0% 정도는 금리가 10%를 초과하는 고금리 금융기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진규(가명·28)씨는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하고 싶었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기간은 다가오는데, 돈이 없을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홍 씨는 "당장 돈이 필요한 청년이 고금리 대출을 받게되면 나중에는 주머니 사정이 더 악화된다"며 "취업시장에서 눈높이를 낮추거나 아르바이트 혹은 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학을 갔는데 등록금이 비싸서 대출을 받았더니, 또 그 빚을 갚으려 고금리 대출로 이어지고 결국 생활고에 빠지는 게 아이러니 하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를 위해 정부는 청년대상 햇살론 및 대환자금 등 금융공급을 확대해 생활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정책 서민금융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위가 청년·대학생 1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지원이 필요함에도 제도를 인지하지 못해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청년이 53.9%에 달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박정아(24)씨는 "정책 자체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고 아직 사회에 나가지 못한 학생들은 금융이란 것 자체가 어려운 분야"라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설명회 등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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