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26 07:08
최종현 SK 선대회장

[뉴스웍스=박경보기자] 26일은 SK그룹의 기반을 닦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한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고경영자로 섬유산업과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산업 등 한국 산업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특히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원대한 꿈을 치밀한 준비(지성)와 실행력(패기)으로 현실로 만든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 시절 섬유업계 최초로 4만6000달러 규모의 인조견을 홍콩에 수출해 섬유그룹으로서 SK를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1968년 아세테이트 공장을, 1969년 폴리에스터 공장을 완공하며 섬유기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주춧돌을 놓았다.

1974년 석유파동 이후에는 석유사업에 눈을 돌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는 해외유전 개발에 나서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 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목표를 이루자 그룹의 다음 진로를 정보통신사업으로 설정한 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종합 통신기업으로의 꿈을 이뤘다.

경영성과만 탁월한게 아니다. 최 회장은 SK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창안한 SKMS(SK Management System)은 지금도 SK는 물론 경영학계의 이론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인재양성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를 키우면 얼마든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4년간 재단에서 양성한 인재는 국내외 곳곳에서 거목으로 자라 대한민국 발전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국가와 기업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시대를 앞서 화장(火葬) 문화를 선도하고 통 큰 기부문화 이끌어 낸 것도 돋보인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그는 "죽으면 반드시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최 회장의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종현 회장 사후 한달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현재 화장이 80%이상이 될 정도로 대중화하는 기반이 됐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무궁무진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남긴 경영철학과 경영 DNA는 SK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그가 추구해온 경영철학과 사회와 행복을 나누고자 했던 모습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어가는 근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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