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8.28 18:20

자체실험 결과, 바이패스밸브 열리도록 설계...화재로 이어져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지난 6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재결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기자]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ECU(전자제어장치)의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BMW는 화재 원인을 하드웨어적 결함이라고 고수하고 있지만 결국 소프트웨어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콜 대상 BMW 차량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자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소송지원단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량 2대와 리콜 대상인 BMW 차량 4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있었지만 리콜 대상인 차량은 주행 중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바이패스 밸브는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을 통과한 배기가스를 쿨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엔진으로 보내는 우회통로로 냉각수 온도가 낮을 때 주로 사용한다.

이런 현상은 고속주행 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탄력주행이나 시내 감속운전 시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를 충족한 모델(2015∼2016년)에서 특히 많이 일어났다.

이호근 소송지원단장(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은 "원칙적으로 배기매니폴드(배기 다기관)로부터 최대 500∼600도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평상시엔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리콜 대상 차량에서는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여기에서 나온 뜨거운 배기온도가 EGR과 쿨러 등에 손상을 주고 화재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과학수사과 교수도 "바이패스 밸브는 ECU가 전환밸브를 동작하는 방식으로 제어가 이뤄진다"며 "결국 BMW가 주행 중에 바이패스 밸브를 열 경우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ECU를 이처럼 위험하게 세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가 이처럼 ECU를 무리하게 설계한 것은 배기가스를 저감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바이패스 밸브를 주행 중 열면 탄력주행 거리가 증가하고 연소실의 온도유지 및 배기가스 온도가 높게 유지돼 산화질소가 저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앞서 BMW는 지난 6일 독일 본사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화재의 근본 원인이지만 차량의 주행거리가 굉장히 길고, 장시간 주행했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일 때에만 화재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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