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30 06:00

가솔린 미세먼지·허술한 검사제도부터 손봐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고속도로에서의 높은 연비로 각광받던 디젤차가 지난 2016년 여름 폭스바겐코리아의 ‘디젤게이트'를 기점으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특히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BMW 디젤차의 잇따른 화재사고까지 겹치면서 ’미운오리‘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참에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를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고 경유가격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도 국민도 디젤차를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절대악’인 듯 마녀사냥하고 실정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로6 환경규제를 통과한 최신 디젤차는 ‘클린디젤’이라며 수입차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지난 2012년 수입승용차의 디젤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이후 5년 간 디젤차의 인기는 꾸준했다. 심지어 정부에서도 유로6 디젤차를 ‘저공해차’라며 세금은 물론 주차장 및 통행료를 감면시켜줬을 정도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정부에서도 시민단체도 확실한 대안없이 무작정 디젤을 퇴출시키라며 아우성이다, 정말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도 단편적으로 ‘디젤 퇴출’이라는 단어에만 매몰된 듯한 인상이다.

장기적으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디젤을 비롯한 내연기관차를 대체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최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연착륙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디젤차도 분명한 쓰임새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균형적인 자동차 환경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디젤의 급격한 퇴출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1톤트럭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1톤트럭 포터는 지난해 그랜저에 이어 판매 2위를 기록한 ‘국민차’다. 그렇게 많이 팔린다는 쏘나타도 아반떼도 생계형 차종인 포터를 넘지는 못했다.

만약 디젤차를 순식간에 없애버린다면 포터와 봉고로 생계를 꾸리는 소상공인들은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디젤차 판매 억제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경유값 인상 역시 이들에게는 치명타다.

물론 전기차와 가스차라는 대안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기로 움직이는 상용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고 가스차는 큰 힘을 필요로 하는 상용차에 어울리지 않는 연료다. 1톤 트럭은 물론이고 대형 덤프차와 버스 등 대부분의 상용차들은 디젤엔진으로 움직인다. 아직까지 디젤의 높은 출력과 토크를 따라올 만한 대안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가스차는 태생적으로 엔진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휘발유차와 비교해도 출력과 연비 모두 열세다.

또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디젤차들은 가솔린엔진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주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은 디젤이 다른 내연기관 대비 압도적으로 높지만 미세먼지의 배출량은 오히려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전문지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시트로엥 칵투스 디젤이 내뿜는 미세먼지는 5p/cm³에 불과했지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단 마쯔다 MX-5는 무려 37만5586p/cm³에 달했다. 디젤차에는 DPF 등의 정화장치가 장착돼 있는 반면 가솔린차의 대부분의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배기가스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자동차업체가 주력으로 쓰고 있는 직분사엔진은 출력과 연비를 끌어올린 대신 미세먼지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디젤 승합차가 도로에서 검은 매연을 뿜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다시 말해 미세먼지의 주범은 디젤차가 아닌 가솔린차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방안에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디젤퇴출과 경유값 인상이 아니라 가솔린차에 정화장치를 부착하는 내용이 포함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시꺼먼 매연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허술한 단속과 자동차검사 불법대행도 디젤에 대한 오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 대기환경규제 지역에서 실시중인 자동차배출가스 정밀검사제도는 민간지정사업소의 불법적인 검사 대행과 감독소홀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다.

지난 유로4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2005년식 이하의 노후 경유차들은 DPF 장착비중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검은 매연을 뿜고 있다. 이 같은 차들은 2년마다 받아야하는 자동차검사에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행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법을 비웃듯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차들이 버젓이 운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명 대행업체에 일정비용의 검사대행료만 주면 얼마든지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노후차들을 그대로 둔 채 강화된 유로6 규제를 충족하는 신형 디젤차의 판매를 줄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앞서 수 차례 강조했지만 디젤차가 친환경차로 대체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확실한 대안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높은 출력을 필요로 하는 상용차에선 디젤엔진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동력원이 없고 미세먼지 문제는 가솔린엔진이 더 큰 주범이다.

여론을 의식해 성급하게 디젤 퇴출을 추진하기보다 내연기관 퇴출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과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자동차검사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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