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기자
  • 입력 2018.08.31 05:31

<청년 좌담> 보여주기식 정책은 'NO'...주거비가 가장 부담

청년당 추진위원들이 지난달 31일 뉴스웍스 본사에서 '청년정책'에 관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주연씨, 권오민 씨, 현치우 씨, 사회를 맡은 이수정 기자 <사진=박경보 기자>

[뉴스웍스=이수정기자] 정부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는 구직난이 해결됐다거나 청년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청년들은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할까. 이들은 "모든 정책들이 청년의 눈높이에서 시행되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공적(정부) 기구'가 꼭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뉴스웍스'는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 위해 '청년당' 창당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좌담회를 갖고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신혼부부인 31세의 권오민(청년당 추진위원회 대표)씨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배주연(26· 청년당 추진위원회 위원)씨, 프리랜서로 창업을 준비 중인 현치우(29·〃)씨 등이 참석했다. 

◇ 학업병행 주 30시간 일하는데 수입 절반 주거비로 '절망'

- 우선, 청년으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배주연 위원(이하 배) : 사실 가장 큰 건 주거문제다. 최소 생계 비용 부담은 큰데 최저임금은 낮아서 최저 생계비를 버는 데 드는 시간이 길다. 매월 40~50만원 정도 되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려고 주 30시간을 일하면 월 110만원 정도 된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받는 시급이 약 9000원 정도 되는 셈인데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월세로 빠지고 생활비로 나가면 저축할 돈은 없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취업준비를 위한 학업도 병행하면 주 30시간이 적게 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해서 겨우 먹고 살고, 월세 내면 끝인 현실에 자괴감이 느껴진다. 이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지만, 부모님이 여유가 있어서 월세를 내주거나 전셋집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권오민 대표(이하 권) : 역시 주거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다. 얼마 전에 결혼을 하면서 신혼부부 전세 임대 주택에 살고 있다. 전체 비용에서 96% 정도를 전세자금으로 지원받았다. 1억2000만원 내외로 집을 구해야 했다. 사실 이 지원이 전(前) 정부보다 늘어난 수준 임에도 제대로 된 집 구하기가 힘들었다. 평수가 좁은 것은 둘째치고 매물도 많이 없었다. 또 전세대출자들을 집주인들이 잘 받아주지 않는 분위기라 박탈감도 느꼈다.

▲현치우 위원(이하 현) : 대학을 그만두고 청년 창업을 준비했고 공을 굉장히 많이 들였다. 당시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기존에 있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참신함을 강조했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기존 기업 문화에 맞춰야 한다거나, 보여주기식 청년창업 정부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감점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 정부에서 청년층에게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나.

▲배 : 많이 알지는 못한다. 행복주택이랑 청년 통장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청년 통장을 신청하려 했는데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만 가입할 수 있길래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권 : 기본적으로 주택문제 관련 정책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 번씩 다 봤다. 그 외에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국비 지원 수업이나, 중소기업 청년내일채움공제 등도 알고 있다. 

▲현 : 아무래도 다른 쪽은 모르고 청년 창업자금 융자 정책 같은 건 알고 있다. 창업을 준비할 때 여러 번 신청해봤다. 

◇ '행복주택'엔 누가 들어가는지...일반 월세보다 더 비싸 포기

- 알고 있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 : 실제 현장이나 청년들의 고충 반영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당시 1억2000만원 내외로 집을 알아보며 '전세자금대출로 집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을 느꼈다. 우선 신혼부부 대출로 계약을 한다고 하면 집주인이 잘 받아주지 않는다. 전세대출 자금으로 계약할 때는 꼭 법무사를 껴야 하는 데 이 과정이 일반 계약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집주인들은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굴려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계약이 엎어질까봐 불안해하기도 했다. 

또 하나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빈민층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을 엉망으로 쓴다'는 등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집을 구할 때 수십 곳의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겨우 찾았다. 막상 가봐도 "여기에 얼마를 더 들여야 집처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 

▲현 : 맞다. 전셋집 구하려고 대출 받으려면 나는 하나도 해당되는 게 없더라. 4대 보험이 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창업을 준비한다거나 프리랜서, 예술가 등을 대출이 어렵다. 규정이 너무 빡빡한 것 같다.

▲권 : 서울에 있는 행복주택을 임대를 알아본 적이 있나? 당시 서울시에 행복주택은 월 임대료 50만원 정도였고, 역세권은 월 80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봤다. 결혼 준비하면서 처음 둘러본 곳이 행복주택이었는데 보자마자 포기했다. 일부는 행복주택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입하는 투자꾼들에게 악용되는 사례도 있더라. 더 꼼꼼한 규제책이 필요하다. 정부정책이 분명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수적인 정책 부분이 함께 따라가줘야 한다고 본다. 

▲배 : 만약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된다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신청할 예정이다. 2년만에 1600만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일하는 도중에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어 이직을 해야 할 때는 포기할 수도 있다. 1600만원이 내 인생의 질을 바꿀 정도로 큰돈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청년들은 내 꿈이 더 중요한 나이지 않을까.

▲권 : 디딤돌대출 조건은 다른 상품보다 정말 좋다고 본다.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 역시 좋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이용하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청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경로를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배 : 공감한다. 워낙 청년들이 팍팍하다 보니 지원책이 생기면 물론 좋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다. 신청한다고 해도 선별적 복지 형태이기 때문에 지원 여부가 확실하지도 않다. 사회가 청년 빈곤과 실업문제 등에 공감한다고 하지만 청년들을 품는 그릇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 같다. 특히 가난을 증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 속상해진다.

▲현 : 덧붙이자면 창업지원책의 경우도 원칙적인 심사과정은 까다롭되, 기존 틀에서 벗어난 청년들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지원금을 노리고 '잘 될 것 같은' 사업을 제출해 정부 지원금만 가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헌터'라고 부른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말 열정과 꿈이 있는 청년들을 가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청년당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31일 뉴스웍스 본사 회의실에서 '청년정책'에 관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 올해만 100만 건 넘는 청년문제 기사 났는데 정부 '담당 부처'는 왜 없나

-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제기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권 : 청년이 국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처참하다. 올해만 100만건이 넘는 청년 문제 기사가 났다. 그런데도 청년문제를 담당하는 부처 하나 없다. 청년의 목소리는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자문 정도로 그친다. 공적 기구가 발전해야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청년지원책들도 실제 의견을 반영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배 : 공감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대부분 50대 이상이다. 그들이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살았던 시대와 공유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기성세대는 노력하면 달라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청년층은 지금 고생하고 저축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욜로족들이 등장하지 않나 싶다. 이런 시대적 차이를 기성세대가 공감하고 포용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현 :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정말 기쁘다. 그러나 핵심을 비껴간 정책은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격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기관이 꼭 필요하다. 정부가 단순히 수치를 보고 구간을 나눠서 선별적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다.

▲배 : 현재 '청년기본법' 통과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러다 보니 청년 정책들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청년'이란 단어가 들어간 법안은 딱 두 개 통과시켰다. 그 법안들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청년미래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다. 모두 일자리 정책에만 치중됐다. 분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아직 관심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다. 기본적인 틀부터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실제 목소리를 모아 일관성있고 다양한 정책을 내야 하는 게 순서다.

-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 게 좋을까

▲배 : 청년문제는 '일자리'라는 식의 법안이 난무한다. 이는 청년을 고용률 증진 수단으로 보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현재 만연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청년과 기성세대가 함께 터놓고 얘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나이도 어린 게 뭘 알아'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현 : 해학적이지만 슬프게도 많은 청년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청년 세대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사회에서 청년을 사랑해야, 청년도 우리 사회를 사랑하게 될 것.

▲권 : 공식적인 청년기구 설립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작은 목소리들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본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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