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8.30 17:57

고용분야 관료출신으로 바뀌어...노동계 벌써 반발 '갈등 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와 한국노총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촉구 집회.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청와대가 고용노동부의 새로운 수장을 이재갑 고용부 전 차관으로 지명하자 노동정책에 지각변동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운동가 출신이던 고용부 장관이 고용분야 30여년 경력의 고위관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장관 내정자는 노동현안 해결보다 ‘고용쇼크’ 수습과 일자리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30일 김영주 고용부 장관을 비롯한 5개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장관 내정자는 고용‧노동 분야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관료 출신”이라며 “고용과 노사 분야를 두루 경험하고 차관을 역임해 조직과 업무 전반에 능통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 내정자는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설득력을 바탕으로 한 정책조율능력과 추진력, 소통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청와대는 일자리 창출, 임금격차 해소, 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원 등 주요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용부 장관이 노동운동가 정치인 출신에서 관료 출신으로 바뀌자 노동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자리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미묘한 노선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 내정자는 지난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약 30여년 간 고용부에서 경력을 이어온 정통 관료출신이다. 그는 국제협력관, 고용정책과장,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을 거쳐 2012년 고용부 차관을 지냈다. 공직을 떠난 이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대학원 대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같은 경력으로 미뤄볼 때 이 장관 내정자는 고용확대와 기업과의 소통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의 최대 현안”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고용부의 핵심 과제다. 노사관계보다 고용문제를 주로 다뤘던 이 장관 내정자가 발탁된 것은 ‘고용쇼크’를 극복하고 일자리 정책을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는 노정갈등 해결이나 노사정 사회적대화 등에서는 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고 노동계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특히 노동분야에서 취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만큼 노동계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는 그가 2010년 노사정책실장 시절 이끌어냈던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타임오프 제도)를 ‘노동행정의 퇴행’이라며 날세워 비판하는 모습이다.

금속노조는 이날 이 장관 내정자에 대한 논평을 내고 “이 장관 내정자는 노동부 전 차관으로서 이명박 정권 말기 노동행정의 퇴행에 직접 책임이 있다”며 “책상에 앉아 정권의 입장에 맞는 정책을 실행하는 전형적인 관료의 태도를 보이는 그를 고용부를 개혁할 인사로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당시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제 강행으로 노조파괴가 극에 달하고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이 심각히 후퇴했다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당시 노동계는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했지만 이 장관 내정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요구는 기존 노조 간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사관계를 후진적으로 퇴행시키자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노동법 전면 개정 등 노동개혁 과제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이 장관 내정자에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사례로 미뤄볼 때 그가 산적한 노동현안을 제대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노동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청문회는 고사하고 인선단계에서부터 이미 우려의 눈으로 내정자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 장관 내정자는 과거 고용부의 적폐와 단절하고 고용부를 새로 세우겠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장관에 취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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