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01 06:00

독일차·디젤차 추락에 시장 지각변동…소비자 보호위한 제도변화 기대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올여름 폭염으로 고생한 국민들에게 BMW 화재는 또 다른 스트레스다. 아직은 BMW 차량 리콜 원인과 대책에 대한 결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후반기에도 이 이슈는 계속될 전망이다.

BMW는 2년 전만 해도 10여년 이상을 굳건히 수입차 1위를 지켰던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최근 치고 올라온 메르세데스-벤츠에 2년째 1위를 내주고 있지만 BMW가 수입차 쌍두마차임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번 BMW 차량 화재로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손실은 물론 보이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BMW 로고는 모든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명품 브랜드이었지만 올여름 혹한 계절을 넘기면서 예전과 달리 큰 손실을 입게 됐다. 한번 큰 타격을 받으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지만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병행돼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BMW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면서 고객이 보는 시각이 크게 변하고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게 됐다. 이미 중고차 가격도 이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신차 고객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특히 본사의 불량 차량에 대한 책임을 모두 BMW코리아에서 부담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BMW코리아는 공익 사업은 물론 사회공헌사업, 드라이빙 센터나 물류센터 등 인프라 구축사업, 소비자를 배려하는 새로운 선진 문화 주입 등 현대차 그룹 등이 국산차업계가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좋은 일을 많이 해 왔다. 특히 국내 부품사까지 본사에 소개해 수천억원을 납품할 정도로 큰 일을 해왔지만 현재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다.

이번 BMW 문제는 국내 수입차는 물론 국내 메이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가지 측면에서 앞으로 몰고 올 파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독일 4사의 위상과 명성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때 수입차 점유율 중 독일 4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70%를 넘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아우디와 함께 개점 휴업상태를 2년 지속하다가 올해부터 본격 재가동했지만 예전 같지 못하다. 여기에 최근 아우디는 특정 모델을 중심으로 초 할인 정책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등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많아 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BMW 차량 화재사건은 역시 2위에 머무르고 있는 위상에 더욱 큰 타격을 주게 됐다.

벤츠 1위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이 역시 지속형으로 가기에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가장 좋은 구도는 몇 개 주도하는 메이커가 함께 주고받으면서 가는 구조가 단단하면서도 오래 갈 수 있는 구조다. 물론 BMW가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과 마케팅 전략을 펼칠지도 관건이다. 

둘째로 디젤승용차의 제2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디젤차량에 대한 각종 규제를 언급하면서 옥죄고 들어오는 만큼 디젤승용차의 위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이번 BMW 사건 이후에는 더욱 소비자의 선택폭이 좁아질 것이고 판매율도 저감될 것이다. 이번에 현대차의 그랜저 등 대표급 승용차의 디젤엔진 탑재를 포기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당연히 수입차의 디젤승용차 판매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디젤승용차의 암흑시대가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마이너급 수입사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물론 마이너라고 하기에는 이미 위상이 좋은 메이커가 대다수이겠지만 하이브리드차가 포진한 메이커가 유리할 것이다. 가솔린차는 괜찮지만 연비 등 한계가 있고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등 잇점이 크지만 아직은 일충전 거리와 충전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기 때문에 결국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얻을 것이다. 따라서 도요타 및 렉서스나 포드는 물론이고 재규어 랜드로버와 볼보 등도 입지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로 이번 BMW 차량 화재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소비자 보호제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커의 입증 책임제, 집단 소송제, 리콜 등 제품 결함신고채널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움직임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 수입차는 소비자를 배려하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국회 단계에서 집중 논의 중이지만 일부라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국내 메이커의 변신도 중요하다. 다양한 신차종으로 수입차와 대결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겠지만 미국과 같은 소비자 중심의 판매와 적극적 배려가 요구된다.

올해 하반기는 BMW 화재사건의 영향으로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BMW 사태가 여러 시사점을 주는 만큼 앞으로 변할 국민 중심의 제도적‧법적 기반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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