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02 15:59

카드사, 치과 채무불이행 책임인정…기납부금도 환급가능할 듯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고액의 교정진료비를 먼저 내고도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투명교정치과의원’(투명치과) 피해자들이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용카드사가 투명치과 피해자 3794명이 행사한 할부 항변권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할부 항변권이란 물품, 서비스를 할부 거래한 뒤 정당하게 청약을 철회했거나 가맹사업자가 계약을 불이행 했을 때 소비자가 카드사에 할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다.

카드사의 항변권 수용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투명치과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투명치과 피해자들이 진료비 환급을 요구하며 소비자원을 통해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에 대해 진료비를 전액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투명치과는 병원 재정이 어려워 치아교정 진료 및 치료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이벤트 등으로 환자를 무리하게 유치하면서 시작됐다.

이렇게 진료비를 선납한 피해자들은 병원 측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수차례 휴진한 탓에 지난 5월부터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 특히 치료를 받은 후 국수조차 입으로 씹을 수 없거나 발음이 새는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투명치과는 예약인원에 대한 부분적인 진료만 한 데다 담당의사도 자주 교체돼 정기적인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병원 원장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피해자들의 할부 카드값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피해자들은 항변권 수용을 요구하며 소비자원을 통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공정위 역시 피해자 면담과 카드사 간담회 등을 통해 항변권 현황을 파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투명치과에 진료비를 할부 결제한 피해자 가운데 잔여할부금이 남아있는 결제액수는 7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 지급 거절 의사를 통지해 유보 또는 정지 가능한 액수는 27억여원으로 알려졌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항변권의 취지는 지금까지 낸 돈이 아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분쟁이 끝날 때까지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피해자의 채무가 완전 변제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추후 분쟁 과정을 통해 전액 환급 등의 결정이 나오면 기존에 낸 돈도 돌려받을 수도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투명치과가 할부거래법에 따른 계약서 발급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재를 요청했다. 현행법상 할부거래업자는 재화 또는 서비스의 종류·내용, 현금가격, 소비자의 항변권과 행사방법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서면으로 발급해야 하며 위반 적발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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