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28 10:03

27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의 막판 선거구 획정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정 의장의 연내 직권상정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정 의장은 기존 선거구제인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64석’을 기준으로 새로운 안을 검토시키겠다고 밝힌 입장이다. 

이에 따라 농어촌 등 인구가 적은 지역구의 통폐합이 가시화되고, 서울·경기 등 야세(野稅)가 강한 지역의 의석수가 늘어날 수 있어 여권 내부에서의 비판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선거구 획정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기존 선거구제가 인구비율에 따른 균등한 의석수 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선거구는 인구편차가 허용되는 비율을 3:1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2:1까지 줄이라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이 경우 만약 기존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는 가운데 선거구를 재조정하게 되면 농어촌 지역 등 인구가 적은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여야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9월 여야 의원 중 통폐합 위기에 놓은 지역구 소속 의원들은 ‘농·어촌지방주권지키기모임(이하 농어촌의원모임)’을 결성해 지역구 의석수 확대를 주장하고 나왔다.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여야는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결국 여야는 253석까지 의석수를 늘리는 데까지 합의를 했다.

그 다음 쟁점은 전체 의석수를 늘릴 것인지, 선거제도를 소수당에 다소 유리하게 바꿀 것인지 여부였는데 결국 총 의석수도 300석으로 고정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제도변경 이슈로 논란이 옮겨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끝내 27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역구 의석수가 246석으로 고정되면 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은 불가피하다. 경남·경북에서 의석수가 4개, 광주 및 전남·전북에서 4개, 강원도에서 2개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다.

한편 서울·경기 수도권 지역과 인천, 대전 등은 의석수가 증가한다. 특히 인구가 급증한 경기권에서는 최대 7석까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같이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들고 수도권 등 도심지역 지역구가 늘어나는 것을 불리한 선거구 획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여촌야도’ 현상이 오늘날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어드는 지역구 중 현재 여권이 당선된 지역구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편 기존 선거구가 합쳐지면서 두 지역구 의원이 나란히 경선을 치러야 하는 ‘불편한’ 상황도 초래할 수 있어 여야 모두 내부 갈등에 고심하고 있다. 예컨대 강원도의 경우 인구 하한선을 밑도는 속초·고성·양양과 홍천·횡성, 철원·화천·양구·인제 등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 현직의원인 정문헌 의원, 황영철 의원, 한기호 의원 등이 경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고려해 새누리당 내부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재협상 압박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 의장은 더 이상 중재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향후 의견조율은 양당 지도부가 직접 만나서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여권 입장에서는 야당에서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선거연령 하향조정 등을 받는 조건으로 노동개혁 등 쟁점법안 처리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