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기자
  • 입력 2018.09.04 15:40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허운연기자] 한국은행이 4일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자 한국의 성장엔진이 식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7조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라는 얘기다. 이는 지난 1분기 성장률보다 0.4%포인트 낮고, 7월 발표된 2분기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설비투자가 대폭 준 것이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2분기 설비투자액은 전기 대비 5.7%나 줄어 감소율만 따지면 2016년 1분기(-7.1%) 이후 2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 감소는 건설투자는 물론 제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항공기나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9.3% 줄어 감소 폭이 컸고, 기계류 투자 역시 특수산업용 기계 등을 중심을 4.5%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전기대비 2.1%나 줄었다. 통신시설이나 산업플랜트 등 산업시설과 관련한 토목건설이 4.7% 줄었고, 건물건설도 주거용 건물건설이 줄면서 1.1% 감소했다.

심지어 기업의 연구개발(R&D)와 관련이 있는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0.7% 줄었다. 연구개발 투자마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노력마저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투자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지만 올 하반기 투자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국은행도 하반기에 투자 부문의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으로 상반기 1.8%, 하반기 0.6% 등 하반기에 투자 증가율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경제 상황이라면 투자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긴 했지만 이 계획이 얼마나 실행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장의 큰 축이었던 투자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전체 경제성장률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한은은 올해 2.9%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보니 상반기 성장률이 2.8%에 불과했고, 하반기는 이보다 더 꺾일 것으로 보여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기업이나 국민들은 불안하면 지갑을 닫는다. 좋았던 경기도 꺾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이 바로 그 경고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다.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 통행하는 사이 기업과 가계의 심리는 싸늘하게 식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안한 심리를 잠재워 줄 군불이다. 군불은 정부가 지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가 기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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