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04 16:49

일본은 자율주행택시 상용화단계…규제개혁 및 법개정 서둘러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각국 정부와 자동차‧IT 업계가 합종연횡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시장 선점에 뛰어든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제도는 어디쯤 와 있을까?

올해 초부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차였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시장 환경을 뒤바꿔놓을 '혁명'에 가깝기 때문에 상용화 깃발을 먼저 꽂기 위한 업계의 소리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자율주행차 도입레벨 및 개정해야 할 법률을 정하고 자율주행차를 시험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20년까지 운전자가 필요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맞춰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정부와 도쿄도는 물론 로봇 벤처기업 ZMP, 택시회사 히노마루 교통이 하나로 똘똘 뭉쳐 자율주행 택시 개발에 성공했고 이미 시험 주행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는 한 술 더 떠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용화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의회는 자율주행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제도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미래 자동차 혁명에서 안전을 강화할 연구 및 운행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자율주행시대의 기반을 미리 다졌다. 자율주행차 운행 기준을 완화하고 주 정부가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미국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확대를 위해 향후 3~4년내 회사당 10만대의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할 예정이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하반기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일대에서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독일 등 유럽연합(EU)도 자율주행차 관련 입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율주행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5년 자율주행 로드맵을 설정한 뒤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인정했다. 독일은 자율주행 관련 법령 마련을 위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한 비엔나 협약(자동차의 자율주행을 사실상 금지)의 개정을 주도한 국가다. 또 영국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기준 마련은 물론 사고 시 책임 및 보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국 정부 역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차 비중을 1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광둥성 지역에 자율주행차 기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시험차 '엠빌리'.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단지 자율주행차의 시험운영을 위한 시행규칙 정도만 정비돼 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선진국들이 규제개선 등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입법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시험주행한 자율주행차는 50여대 미만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위해선 당장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을 손봐야 하는데도 정작 정부와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자율주행차 관련 산업은 유독 조용한 분위기다.

특히 ‘규제공화국’답게 우리나라의 낡은 규제들은 자율주행차 기술개발과 연구를 갉아먹고 있다. 극단적인 예로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는 컴퓨터나 영상기기를 들여다볼 수 없다. 연구원이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자율주행차가 도로와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경찰청의 신호등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지만 부담을 느낀 공공기관들은 데이터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가 마음껏 달리기 위한 ‘판’이 전혀 깔려있지 않은 셈이다.

아무리 국내 기업들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기술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이 쏟아지는 데 국내의 자율주행차 개발은 완성차5개사에만 집중된 이유이기도 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규제를 걷어내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지원과 관련 제도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입지가 사라진 후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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