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8.09.04 17:40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고용노동부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한 대대적인 지도감독에 착수했다. 오는 7일까지 인사, 예산 등 경총의 전반적인 운영 내역을 살펴본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감독은 친노동 성향의 송영중 전 경총 부회장을 3개월 만에 경질하고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 정부의 정책에 잇따라 반기를 든 데 대한 ‘보복감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경총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3일 노동정책실 직원 10여명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사무실에 보내 지도감독에 들어갔다. 이들은 오는 7일까지 경총 회의실에 상주하며 전반적인 법인 사무는 물론 재산변동과 같은 회계 검사까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사실상 경총의 모든 업무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표면적으로는 지난 6~7월 제기된 경총의 세금포탈과 회계부정,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적폐청산을 넘어 경제단체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경총은 현 정부 들어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해온 유일무이한 경제단체였다. 최순실 사태이후 주요 회원사들의 이탈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전경련이 철저히 배제됐고, 전경련을 대신할 새로운 ‘재계 파트너’로 부상한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보다는 교감과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반면 경총은 달랐다. 김영배 전 부회장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기도 했고, 최근에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은 사용자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보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총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아무리 바른 말이라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다 보니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가 경제단체의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은 고유 권한이다. 또 오랫동안 잘못된 문제가 있었다면 지적을 해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 감독이 미운털이 박힌 경총에 대한 보복이나 길들이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그래서 염려가 되는 것이다. 조사가 투명하고, 조사결과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다면 그 나마 다행이다. 만약 조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특정한 목적을 정해 나온 것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 조사과정에서 감정을 섞는다는가 각본에 맞춰 감독하는 것은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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