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 기자
  • 입력 2018.09.05 07:43

판교 제로셔틀, 국내 첫 주행 마쳐...11월부터 일반 탑승 가능

<사진=경기도>

[뉴스웍스=한재갑 기자] 경기도가 제작한 국내 최초의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도는 4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앞 광장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조광주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장 등 100여명이 함께한 가운데 기념식을 갖고 제로셔틀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제로셔틀이 대한민국 최초로 일반도로를 실제로 주행하는 첫날이다. 어릴 때 만화로만 보던 꿈같던 상상이 현실이 됐다”면서 “경기도가 앞으로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이다. 그래서 경기도의 표어도 새로운 경기”라면서 “경제와 복지는 물론 미래비전에서도 가장 앞선 경기도를 만들겠다. 앞으로도 판교가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로셔틀은 경기도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의뢰해 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자율주행차다. 미니버스 모양의 11인승차(좌석 6석, 입석 5석)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입구에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5km구간을 시속 25km이내로 운행하게 된다.

국내에서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제로셔틀이 최초다. 레벨4는 차량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뜻하는 레벨5의 전 단계다. 시범운행에는 제로셔틀 2대가 투입된다.

제로셔틀에는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 와이퍼 등 수동 운행에 필요한 장치가 없으며 통합관제센터와 교통신호정보, GPS 위치보정정보신호, 주행안전정보 등을 무선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차량사물통신 기술인 V2X(Vehicle to Everything)가 구축돼 있다.

제로셔틀 개발 총괄책임을 맡은 차세대융합기술원 김재환 박사는 “제로셔틀은 V2X기반의 기반한 세계 최초의 자율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 자율차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차량스스로 판단해 움직이지만 제로셔틀은 관제센터에서 보내는 정보를 추가해 판단을 하는 만큼 더욱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통인프라와 연계된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업으로 도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등과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차량제작, 임시운행허가, 안전시설 보완 등을 협업하여 추진했다. 이번 시범운행에는 20개 국내 중소기업과 2개 대기업, 5개 공공기관, 5개 대학 등 32개 기관이 참여한 산학연 융합사업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제로셔틀’은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임시운행을 허가받았으며, 경찰청이 요구한 안전 보완사항도 지난 5월 조치를 완료, 시범운행 준비를 마쳤다. 또한 경찰청과 합의 아래 운행구간 내 교차로 신호제어기 12대를 교체하는 등 교통신호체계 구축도 완료했다. 이밖에도 판교역 등 운행구간 주변에 자율주행차 운행구간을 알리는 도로전광판과 플래카드를 설치해 운전자들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운행은 평일 출퇴근 및 교통혼잡시간을 제외한 오전 10시~ 12시, 오후 2시~4시 사이에 4회 이내로 날씨 등 운행환경에 따라 운행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성능과 안전을 테스트하기 위한 시험연구 목적으로 9월부터 10월까지는 전문평가단과 정책평가단이 탑승하게 된다. 일반인은 11월경부터 홈페이지 접수 등을 통해 탑승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성남시, 분당경찰서,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도시공사, 차세대융합기술원, KT, ㈜만도, ㈜네이버랩스는 ‘판교 자율주행 실증단지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판교 자율주행실증단지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제공, 예산 지원, 단지관리 등을, 국토교통부는 규제혁신 등 제도 지원, 성남시는 인프라 구축과 운영에 따른 행정지원을 맡게 된다.

분당경찰서는 실증단지내 교통안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플랫폼과 관제시스템 운영관리, 경기도시공사는 자율주행관련 기업 유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제로셔틀 시험운행과 통합관제센터 운영관리를 책임진다.

이밖에 KT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통신기술인 5G통신 인프라와 5G-V2X 실증을, 만도는 차량/센서 기술지원과 자율주행 차량기술 실증,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용 정밀지도 구축 등을 지원하게 된다.

경기는 현재 판교 제2테크노밸리내에 3.8km길이의 자율주행 실증실험을 위한 도로를 조성 중이다. 자율주행 실증단지는 이 도로의 이름으로 2019년말 완공 예정이다. 자율주행 실증단지가 기존 도로와 다른 점은 도로 내에 첨단센서와 통신시설이 갖춰져 있어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와 제로셔틀에 전달할 수 있다. 도로 내 장애물이나, 횡단보도 내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 더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진다.

<사진=경기도>

◇제로셔틀 타 보니..."조그만 보트 탄 느낌"

임 1077호. 제로셔틀의 임시번호판이다. 제로셔틀의 길이는 5.14m 폭은 1.88m, 높이 2.93m로 미니버스를 연상시킨다.

100% 전기차로 엔진대신 모터로 움직인다. 후륜구동 이며 차량 총중량은 2785kg이다. 최고 시속은 25km/h다. 타이어는 일반 18인치 승용차타이어를 사용했다.

차량내부는 모두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있으며 6명이 앉을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와 5명이 입석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손잡이가 마련돼 있다. 천정에는 에어컨 2대가 있고 천정부터 사방이 모두 유리로 돼 있어 개방감이 탁월하다. 운전은 자동과 수동 모두 가능하다. 에너지 효율문제로 난방장치가 없는 대신 유리창을 많이 달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제로셔틀 디자인은 왕관을 뜻하는 크라운 형태로 귀여운 강아지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설계는 2016년 10월 시작했으며, 실제 제작에는 2017년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이 걸렸다. 차체는 모두 수공으로 제작했으며 차량 1대당 센서가격까지 포함해 13억 원 정도가 소요됐다. 배기가스가 없고 사고가 없다는 뜻으로 제로셔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차량내부에는 핸들, 엑셀러레이터, 브레이크는 물론 와이퍼도 없다. 연구진은 자율차이기 때문에 와이퍼는 필요없지만, 향후 센서를 닦을 수 있는 기술은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시승을 함께 한 김재환 박사는 자율주행차가 모두 4가지의 정보를 취합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먼저 8개의 라이다와 2대의 카메라, 1개의 레이더센서가 장착돼 있다. 모두 주변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장치다. 라이다는 일종의 레이저 기반 센서로 3차원으로 물체를 인식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는 전방과 후방에 각 한 대씩, 레이더 센서는 전방에만 있다. 이런 객체인식 센서들은 제로셔틀에 설치된 첨단 지도정보로 보내진다.

두 번째는 관제센터에서 보내는 정보로 도로상황, 주변 교통흐름, 차량내 내부 상황에 대한 것들이다. 세 번째는 교통신호에 설치된 제어기다. 시범운행 구간에 설치돼 있는 12개의 교통신호 제어기들은 적색신호일 경우 몇초가 남았으며, 이후 어떤 신호로 변화하는지 등 교통신호와 관련된 정보를 제로셔틀에 보내 차량 움직임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 네 번째는 관제센터에서 보내주는 GPS 보정 정보다.

이 4가지 정보는 제로셔틀에 저장된 첨단 지도정보로 보내지며, 제로셔틀에 설치된 AI가 이들 정보를 종합해 움직임을 결정한다. 연구진은 인체로 따지면 4개 정보가 신경 역할을 하고 AI가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정보의 최종 판단은 제로셔틀이 한다. 관제센터에서 돌발상황시 제어가 되지 않는가에 대해 연구진은 아직은 통신 지연현상이 있어서 불가능하다며 향후 5G 통신이 도입되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제로셔틀의 승차감은 조그만 보트를 탄 느낌이다. 플라스틱 좌석도 그렇고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느낌이 그랬다. 제로셔틀의 운전 실력은 이날 첫 시승자로 나선 이재명 도지사가 표현한 대로 아주 실력이 나쁜 초보운전자와 비슷하다.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잘 끼어들지 못하고 느리기 때문이다.

김재환 박사는 “가장 안전한 상태로 차량이 세팅돼 있어서 조그만 움직임에도 민감하다”면서 “주변 차량들이 호기심에 앞으로 끼어들거나 옆에서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로셔틀이 당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승 차량 앞쪽으로 취재 차량이 끼어들자 급정지를 하는가 하면 왼쪽에서 차량이 위치하자 좌측 차선변경을 하다가 중지하고, 원래 차선으로 돌아와 차량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우회전을 할 때도 왼쪽 차선에 버스가 붙자, 주춤주춤하며 우회전을 했다. 주차는 함께 한 연구진이 수동으로 진행해 평가를 할 수 없었다. 후진 느낌은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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