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09.06 13:26

현직 고위관료 작성 "트럼프는 충동적이고 적대적이며 사소하고 비효율적"

<사진=트럼프 트위터>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의 현직 고위 관리가 5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익명의 칼럼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직 고위 관료가 언론에 익명으로 대통령에 ’반기’를 든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워싱턴 정가는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관리는 이날 NYT 온라인판에 실린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세력의 일부((I Am Part of the Resistance Inside the Trump Administration)'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은 진보 진영이 아니라고 밝힌 그는 "초기 내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 때문에 수정헌법 25조까지 거론됐다"고 전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수행불능과 승계를 다룬다. 쉽게 말해 탄핵까지도 고려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내각은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 내 많은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와 최악의 성향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며 “나 역시 그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원으로 당선됐으나 자유시장, 국민의 자유 등 보수가 껴안아온 가치들에 친밀감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런 가치를 기껏해야 연설문에서 언급하거나, 최악의 경우 대놓고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에 비판적인 미디어를 싸잡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이 대체로 반(反)무역, 반(反)민주의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이 기고자는 "근본 문제는 대통령의 도덕관념 부재(amorality)"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충동적이고 적대적이며 사소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혹평했다. 때문에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행정부 당국자들조차 마지막까지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예상이 어렵다고도 전했다. 회의를 할 때도 주제가 궤도를 벗어나기 일쑤고, 대통령이 1 분만에 마음을 바꿀지 알 수가 없어 늘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 대대적 감세, 국방 강화 등 긍정적 정책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 악재 때문에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행정부 내에서 국가를 우선시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이 있다”며 “그러나 모든 시민들이 나서야만 진짜 달라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글을 끝맺었다.

한편, NYT는 편집자 주에서 "오늘 NYT는 익명의 오피니언 에세이를 게재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며 "필자의 신원이 공개되면 그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리는 익명으로 에세이를 게재하는 게 독자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전달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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