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8.09.08 05:19

고광욱씨, 소설 '임플란트 전쟁'으로 내부고발

<사진=지식너머>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이 동네는 원래 몇 년 동안 300이었는데 그 XX가 250으로 해가지고 이 동네 수가가 개판이 됐어."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던 젊은 치과의사는 대학 선배인 한 치과 원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듣는다. 젊은 치과의사는 '250만원의 수술비가 덤핑이라면 임플란트 수술의 원가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원가에는 인건비나 운영비도 포함되는 것이니 재료값이 150만원 정도 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재료비를 묻는다.

"재료? 그거는 얼마 안 해. 픽스쳐(임플란트 뿌리 역할을 하는 나사 모양 고정체)랑 어버트먼트(임플란트 내부 연결기둥 역할을 하는 부품)랑 하면 10만원 좀 넘지."

엄청난 폭리에 놀란 젊은 치과의사는 원장의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이렇게 묻는다.

"환자분들이 임플란트 많이 하시나요? 아직은 좀 비싸서 많이 못 할 것 같은데…"

그러자 원장은 이렇게 답한다.

"아니야, 그래도 꽤 하는 편이야. 내가 못해도 한 달 20개에서 30개 정도 심으니까. 많이 할 때는 한 달에 50개 심은 적도 있어."

이 얘기를 들은 젊은 치과의사는 부럽다거나 나도 곧 그만큼 벌겠구나 하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오히려 좀 무섭다'고 느낀다. 그가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 규모였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전쟁' 37쪽)

현직 치과의사 고광욱 씨가 펴낸 책 '임플란트 전쟁- 본격담합리얼스릴러'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개원해 기존 치과계의 임플란트 가격 담합과 싸운 저자는 10년간 보고 겪은 일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젊은 치과의사 '광호'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소설 형식으로 썼다. 저자는 책머리에 "이 소설의 내용은 다 허구다. 만약 실제와 비슷하다면 그것은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광호가 개원 후 '임플란트 개당 100만원'을 내걸었다가 "10여 년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치과협회에 과징금 처분을 내린 시점에서 지난 일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10년 전에는 임플란트 가격이 개당 200만∼300만원대였다.

광호는 치과협회에서 정한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임플란트를 시술했다는 이유로 배신자로 찍히고 '덤핑치과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협회에서 붙인 '덤핑'이란 말은 "임플란트를 싸게 하는 치과들이 마치 문제가 있는 곳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치과협회에서 관련 업체 대표들을 불러놓고 '덤핑치과에 재료 납품하지 말아라, 안 그러면 불매운동 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바람에 광호는 임플란트 재료를 구할 수 없고, 치과보철물을 만드는 기공소와도 거래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왜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임플란트 가격을 낮췄느냐'는 방송 기자의 질문에 광호는 이렇게 답한다.

"그냥 환자분들한테 가격 얘기하는 게 너무 불편했어요. '임플란트 하나에 300만원입니다.' 이렇게 입이 잘 안 떨어졌어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200만원 혹은 300만원, 이런 숫자가 보통 사람의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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