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보기자의 車돋보기] 한미FTA 개정에 픽업트럭 수출 막혔다고?..."천만에"
[박경보기자의 車돋보기] 한미FTA 개정에 픽업트럭 수출 막혔다고?..."천만에"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8.09.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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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예정된 픽업트럭은 미국서 생산…"흠집낼 이유 없는 호혜적 협상"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근 정부가 한미FTA 개정안을 공개하자 현대차 싼타크루즈 등 국산 픽업트럭의 수출길이 막혔다며 일부 언론들이 정부의 합의안에 폭격을 퍼붓고 있다. 대미 수출용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2041년까지 유지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이번 FTA 개정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치명타를 맞긴 한 걸까?

미국이 한국산 픽업트럭의 수출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이유는 미국차는 픽업트럭 말곤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수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픽업트럭 시장은 포드, 램 등 미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세단이나 SUV 등 대부분의 세그먼트는 이미 오래 전에 일본차에 안방을 내줬기 때문에 픽업트럭은 미국 제조업체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량 1~3위는 포드 F150(39만5244대), 쉐보레 실버라도(27만3652대), 램 픽업(23만1405대) 등 미국산 픽업트럭이 독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도 F시리즈가 90만대로 1위, 쉐보레 실버라도가 60만대로 2위, 램 픽업이 50만대였다. 그 밑으로 3위부터 10위까지는 전부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의 차종이었다. 미국산 픽업트럭들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핵심 '돈줄'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은 우리나라에 픽업트럭 관세 철폐시한을 20년 연장했고 우리정부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철강품목에 대한 25%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일부언론들을 이 같은 협상결과를 놓고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위기감을 잔뜩 조성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의 픽업트럭 라인업은 아예 있지도 않다. 국내업체들의 주력 차종은 픽업트럭이 아닌 세단과 SUV에 치중돼 있는 탓이다. 현대차가 2020년 미국에 출시할 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새로 착공하는 미국 제2공장에서 생산될 것이 유력하다. 다시 말해 애초에 한국산 픽업트럭은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픽업트럭(렉스턴스포츠)를 생산하는 쌍용차 역시 미국 진출 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다.

사실 관세철폐 이후 한국산 픽업트럭이 미국에 수출된다고 하더라도 시장 입지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픽업트럭만큼은 미국 소비자들의 자국산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무리 날고기는 일본차라도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서는 전부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픽업트럭은 현지 생산으로 최대한 가격경쟁력을 높여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 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우려됐던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을 수용하지 않은 데다 픽업트럭의 관세 철폐 기간 연장도 우리 산업의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100원 버는 것을 50원으로 줄이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애초에 미국에서 픽업트럭으로 버는 것이 없다"고 이번 FTA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기준만 충족해도 국내 수입을 허용하는 차량 쿼터가 업체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된 점도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자동차 경쟁력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 보다 낮은 미국차들은 기존 쿼터 조차 채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이 판매하는 쉐보레 제품 가운데 스파크를 제외한 전 차종이 월간 1000대는커녕 500대도 팔리기 버거운 상황이다. 독일과 일본차라면 모르지만 미국차는 내세울 건 픽업트럭 뿐이다.

이번 협상은 내준 것을 볼 게 아니라 얻은 것을 봐야한다. 우리 정부는 농축산물 시장 추가개방과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등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분야에서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가장 급했던 철강 ‘관세폭탄’을 막아냈다. 양국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싸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에 윈-윈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선방한 이번 협상 결과를 억지로 흠집 낼 필요는 없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우리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를 대비한 대책 마련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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