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2 05:10

경상용차시장 독과점구조 깰 기대주…내구성 강화·금융혜택 등 맞춤전략 필요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었던 국내 경상용차 시장에 유럽차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켜졌다. 시장 수요는 충분한 만큼 르노가 얼마나 한국 소비자에 공을 들이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국내 경상용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실제로 르노삼성차의 전신인 삼성차가 닛산 아틀라스 100을 기반으로 만든 1톤트럭 ‘야무진’을 지난 1998년 출시해 기대를 모았지만 실패를 면치 못했다. 허약한 하체가 국내 운송업계 특유의 과적을 버텨내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차의 야무진이 자취를 감춘 뒤 1톤 중심의 국내 경상용차 시장은 포터와 봉고로 대표되는 현대‧기아차의 독무대였다. 1991년 출시 이후 30년 가까이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지엠의 다마스와 라보가 있긴 하지만 적재량이 반절 수준이라 같은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8월 현대‧기아차가 판매한 경상용차는 포터 6157대, 봉고 4700대 스타렉스 2593대 등 총 1만대를 가뿐하게 넘었다. 특히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포터는 5위, 봉고는 8위를 기록했을 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르노 마스터 <사진제공=르노삼성차>

이처럼 굳건한 ‘삼각편대’를 내세워 경상용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아성에 르노삼성이 또 다시 도전장을 던진다. 르노삼성이 프랑스에서 들여올 대항마는 유럽 상용차 시장 판매 1위에 빛나는 ‘마스터’다.

르노삼성차는 다음달 중 르노그룹의 상용차 주력모델인 마스터를 한국에 출시한다고 11일 밝혔다. 마스터는 지난 1980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됐고 한국에 들어오는 모델은 2014년 선보인 3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마스터는 국내에 S(숏바디)와 L(롱바디)의 2가지 형태로 나누어 출시된다. 각각 적재중량이 1300kg과 1350kg에 달하는 마스터는 2.3L 트원터보 디젤엔진이 적용돼 뛰어난 동력성능이 특징이다. 특히 도로여건에 맞춰 구동축의 능동 제어가 가능한 익스텐디드 그립 컨트롤은 물론 대형 화물차에서 활용되는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기능도 갖춰 경쟁 상용차 모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안전‧편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주로 영업용으로 쓰이는 상용차의 특성 상 마스터의 성공 관건은 가격경쟁력과 A/S, 내구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터와 봉고가 수십년 째 국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저렴한 가격과 높은 내구성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차의 야무진이 서스펜션과 프레임이 취약한 데다 각종 중대결함까지 겹치며 약 2년 만에 단종된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마스터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독과점 구조 탓에 지난 2004년 출시된 포터는 14년 째 풀체인지 없이 현행모델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간 현대기아차의 독과점으로 CJ대한통운 등 운송업계의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며 “차량의 상품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가격만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상용차는 생계형 차종이기 때문에 르노삼성이 파격적인 프로모션이나 금융혜택을 제공한다면 승부를 띄워볼 만 하다”며 “과적 등에 대비해 서스펜션을 강화하는 등 국내시장에 특화된 한국형 모델을 내세워야 성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자동차가 지난 1998년 출시했던 1톤트럭 '야무진' <사진출처=르노삼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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