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9.13 15:46

산은까지 개입…"문제해결 진정성 보여야 신뢰회복 가능"

민주노총 소속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3시 청와대앞 분수광장 앞에서 직접고용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이 대규모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법파견과 법인분리 등의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탓에 노조 반발만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인분리에 직접 제동을 걸면서 한국지엠의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성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13일 오후 3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한국지엠 불법파견 선고 지연 규탄 및 직접고용 즉각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법원과 정부, 사측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인천지방법원은 한국지엠 불법파견 노동자가 2015년 제기한 소송에 대해 무려 2년 동안 단 한 번의 심리도 열지 않은 채 침묵했고 3년 반만에 잡힌 선고일이 바로 오늘”이라며 ‘하지만 법원은 예정된 날짜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약없이 선고일을 연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 역시 창원공장 불법파견 근로감독 착수에서 판정까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모두가 문제 해결없이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동안 공장 물량은 계속 줄어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해고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과 정부, 법원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지엠이 지난 10일 부평2공장을 1교대제로 전환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해 1교대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는 인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맞서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결정으로 부평2공장에서 150~200명의 추가적인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개조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정규직은 전환배치 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사실상 해고 수순이기 떄문이다.

또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이외에 ‘법인분리’를 놓고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GM본사가 한국지엠을 인적분할해 연구개발법인과 생산법인으로 나누려 하자 노조는 “매각을 위한 꼼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인분리 시 한국지엠은 GM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되고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회사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 반드시 법인분리를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법인분리 안건을 의결할 이사회에서 산업은행이 반대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한 뒤 비토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 같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지엠의 내우외환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상태여서 반대를 전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기본협약의 정신에 위반되고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정부의 천문학적인 자금지원 이후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판매량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불법파견 등 당면과제들을 적극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시장서 신뢰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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